총리 대행의 장관 제청에 갑론을박…윤석열 정부, 첫 '적극 행사' 사례

입력 2022-05-12 15:26 수정 2022-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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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추경호 대행 제청으로 외교ㆍ행안 장관 임명
文정부, 물리적 시간 문제로 박근혜 정부 부총리 손 빌려
尹, 한덕수 인준 대립에도 대행 제청…역대 정권 중 처음
김대중, 前정부 총리 손 빌리고…朴, 황교안 총리 취임 뒤 제청
당정 "법 모호해 불법 시비 걸릴 수도"…헌법은 대행 규정 안해
野 "대행의 제청권 행사 가능, 다만 지나치면 큰 문제 될 것"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선서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선서를 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국무총리 인준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박진 외교부ㆍ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임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리 대행으로서 제청했다. 총리 대행이 적극적으로 제청권을 행사한 첫 사례로, 적법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10일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표류하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추경안 의결을 위한 국무위원 법적 정수를 밪추기 위해 야당이 반대하는 두 사람의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불법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대행으로서 장관 임명제청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선례가 있음에도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뤄진 대선을 통해 집권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당선 직후 곧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로 인한 ‘물리적 시간’ 문제로 불가피하게 전임 정부의 부총리가 총리 대행을 맡아 제청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사정이 다르다. 인수위 기간을 거쳐 정상적으로 집권 절차를 밟았지만,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정권 초반에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동안은 전임 정부 총리의 손을 빌리거나 총리가 취임하기까지 장관 임명을 미뤘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출범 뒤 6개월이 지나서야 김종필 총리 인준이 완료됐지만, 전임 정부의 고건 총리가 모든 부처 장관 임명제청을 한 뒤 떠나 총리 대행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제청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은 황교안 총리가 취임한 뒤 제청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추경과 한미 정상회담 준비라는 필요성은 있지만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총리 대행이 제청권을 행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21일 한미정상회담과 6월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이를 주관하는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이 필요하지만, 총리 인준 논란속에서 현 정부의 부총리가 총리 대행으로서 제청권을 행사한 것이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정부·여당에서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헌법과 법률만 보면 총리 대행이 장관 임명 제청을 해도 되는 것인지 모호한 게 사실”이라고 했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민주당이 불법이라며 시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총리 대행의 장관 임명 제청이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고 반박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특수한 경우라 완전한 선례가 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헌법 전문가들 가운데서 나오고 있다. 헌법 제87조 1항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대행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민주당에선 되레 총리 대행의 장관 임명 제청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최초 사례인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대행은 모든 직무를 대신 맡는 것이기에 제청권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다만 국무위원들은 각자의 고유 업무가 있는데 권한 행사가 가능하다고 해 언제까지고 총리 대행이 제청을 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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