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ㆍ물가 공포에 자본시장 '꽁꽁'…IPOㆍM&A, 잇따라 "위축ㆍ무산"

입력 2022-05-12 14:57 수정 2022-05-1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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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사 1분기 직접자금 조달 추이 (신한금융투자)
▲일반회사 1분기 직접자금 조달 추이 (신한금융투자)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만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국내 자본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과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점점 빠져들면서 지난 10여 년간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온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하고 주저앉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국내외 기업들을 둘러싼 신용 위험도 커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철회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회사채 시장은 신용도가 좋은 기업에만 자금조달이 급증하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수요는 많았지만 마땅히 살 만한 기업도 없어 인수·합병(M&A)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올해에만 '6번째' IPO 철회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에만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까지 IPO 대어 3곳이 상장계획을 접었다. SK스퀘어는 이날 앱마켓 원스토어의 코스피 시장 상장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성적이 저조한 탓이다. 지난 9일 간담회를 통해 "철회 없이 완주하겠다"고 공언한지 이틀만이다. SK스퀘어는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 마저 상장을 철회하며 상당한 부담을 얻게 됐다. SK스퀘어는 오는 2025년까지 또 다른 자회사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콘텐츠웨이브 등을 상장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같은 날 태림페이퍼도 상장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날 태림페이퍼는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청약 등 남은 IPO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6년 자진해 상장폐지한지 6년 만의 재상장이 무산됐다. 태림페이퍼 관계자는 "최근 증시의 변동성과 불안성이 크고, 시기적으로 당사의 온전한 기업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 추진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 상장을 철회한 회사만 현대엔지니어링, 보로노이, 대명에너지를 포함해 6곳에 달한다.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미룬 이유는 금리 인상과 대내외 불안한 증시 여건이다. 이번 주만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부터 오늘까지 8거래일 연속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치솟는 금리에 회사채 발행 '위축'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채권 발행 규모는 69조 원대로 하락했다. 지난 4월 회사채 발행액은 전월 대비 소폭(7000억) 증가한 8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금액(총 43건)도 3조60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9400억 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회사채 모집 참여도 저조하다. 수요예측 전체 참여 금액은 10조1300억 원으로 전년 동월(28조2210억 원)대비 18조 910억 원 감소했다. 참여율 역시 93.0%포인트 감소한 281.1%를 나타냈다. 연준의 긴축 강화로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한 데 따른 영향이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 자금조달 비상을 두고 "개별적인 회사들의 펀디멘탈(기초체력)적 요인보다는 매크로적 요소의 영향으로 본다. 지금 글로벌 금리가 강하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려면 긴축에 대한 우려가 완화돼야 회사채 시장이 활기를 찾을 수 있다. 금리 상승만으로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M&A 시장도 잇따라 지연

국내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인수·합병(M&A) 시장도 표류 중이다.

국내 자동차업계 최대 인수합병(M&A) 매물로 꼽히는 한온시스템은 1년 째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다. 예비입찰 당시 한온시스템 지분가치는 6조9000억 원, 매각가는 8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KDB산업은행 자회사 KDB생명의 매각도 무산됐다. 인수 후보자인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은 측은 “KDB생명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재매각 추진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재매각 작업도 안갯속이다. 윤 석열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에 대우조선이 있는 거제도를 방문해 조속히 새로운 주인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실은 가시밭이다. 덩치가 워낙 커서다. 시가총액만 2조5000억 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2021년 연결기준 1조754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10년간 5조원 대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해외매각도 쉽지않다. 대우조선이 보유한 선박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있고 군함 등 국방기밀도 새어나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 매각 작업도 갈 길이 멀다. 한국거래소는 13일 오후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상공위)를 열고 쌍용차 안건을 심의·의결한다. 상공위는 상장 유지 또는 개선 기간(1년 이내)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결과는 매각 작업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싸늘해진 분위기는 글로벌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딜로직에 따르면 1분기 M&A 거래 규모는 총 1조 1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0% 감소했다. 지난해만 해도 0%대 저금리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이른바 ‘메가딜’이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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