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MZ세대의 한정판 구매법 ‘래플 소비’

입력 2022-05-1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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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못 참지!"

한정판 아이템을 사려고 아침 댓바람부터 ‘오픈런’ 한 적 있나요? 매장 앞에서 반나절씩 줄 선적은요? 교수님이나 회사 상사 몰래 스마트폰으로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의 줄임말)’에 참여하거나 취소 표를 얻으려고 밤새 마우스를 클릭한 적도 있나요?

경험이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실 겁니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다)’도 쉽지 않죠. 한정판 한 번 사려면 ‘선착순 지옥’을 견딜 시간적 여유와 체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도 다 옛말입니다. MZ세대는 한정판 쇼핑을 할 때 선착순 구매보다 ‘래플 소비’에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래플 소비를 유도하는 ‘래플 마케팅(Raffle Marketing)’이란 추첨을 통해 당첨자에게 상품의 구매 권한을 부여하는 판매 방식을 말합니다.

즉 소비자가 구매를 원하는 제품에 응모하면, 그중 당첨자를 추려 구매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죠. 래플 대신 ‘드로우(Draw)’라고도 부르기도 합니다.

국내에선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 브랜드가 래플 마케팅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패션 좀 안다’는 멋쟁이들만의 소비 문화였죠.

이후 2019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래플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점차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로 정착해갔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무신사 뿐 아니라 래플 제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플랫폼들도 다양해졌습니다. 이에 취미처럼 틈만 나면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는 MZ세대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래플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정착한 해는 2020년입니다. 당시 디올과 나이키의 협업 스니커즈 ‘에어조던 1 하이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을 판매한 래플은 총 35만 명이 넘는 이들이 응모해 엄청난 이목이 쏠렸기 때문이죠.

지난해엔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가 국내 최초로 향수를 래플 방식으로 판매해 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MZ세대에게 가장 핫한 래플은 나이키입니다. 나이키는 ‘스니커즈(SNKRS)’라는 자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한정판 스니커즈 래플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품 종류도 엄청 많은데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예정인 래플 제품들이 줄지어 있어 관련 온라인 카페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이렇듯 MZ세대가 래플 소비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편함 때문입니다.

래플은 오픈런이나 고된 줄서기를 하고도 허탕 칠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도 일단 당첨되면 한정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래플은 마우스 클릭 한 두 번으로 응모부터 당첨 확인, 나아가 제품 구매까지 할 수 있습니다. 워낙 간편하다 보니 당첨이 안돼도 크게 부담될 것도 없죠.

매장이 많은 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아도, 시간이 많지 않아도 래플은 응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래플은 공평하다는 점에서 MZ세대에게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한정판 시장엔 ‘줄서기 대행’ 등이 성행한 지 오래입니다. 선착순 매장 입장권을 받으려고 밤샘 줄서기를 하는 식의 대리구매 알바가 많아진 것인데요.

래플은 이러한 선착순 판매의 폐해로 한정된 수량의 제품을 공정하게 나누지 못하는 문제들을 상쇄시킵니다. 무작위 추첨으로 구매 권한을 주니 그야말로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의 ‘취향 저격’ 소비문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나이키가 래플 마케팅을 도입한 이유도 공정성 문제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나이키의 한정판 스니커즈를 사려고 대리구매 알바를 고용하는 일들이 잦아져 공정성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래플 소비문화를 더 즐겁게 향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응모, 당첨됐다고 좋아하는 데 그치면 2% 부족합니다.

MZ세대는 ‘펀슈머(재미를 소비하는 소비자)’입니다. 애초 래플도 당첨 전 기대감을 줄 뿐만 아니라 당첨 후 다른 사람들과 이 기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재미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선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비문화 자체가 놀이인거죠.

따라서 펀슈머답게 소셜미디어(SNS) 공유는 필수입니다. 만일 래플에 당첨됐다면 인스타그램에 해쉬태그 ‘#래플당첨’을 달고 당첨 인증까지 해줘야 2%가 채워지는 것입니다. 당연히 다른 래플 당첨 인증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센스까지 발휘하면 더 좋겠죠.

인스타그램에서 래플당첨을 해쉬태그 한 게시글 수만 봐도 당첨 인증이 얼마나 보편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정판 특성상 당첨자 인원이 몇 안 되는데도 인스타그램에는 래플당첨이 해쉬태그된 글이 1000개가 넘게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래플 마케팅은 아직 다양한 세대와 업계로 보편화한 상황은 아닙니다. 아직은 젊은 층과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도입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간 래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퍼지는 건 시간 문제일 지 모릅니다.

어떤가요? 래플 소비, 즐길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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