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의 한반도와 세계] 신선한 아이디어, 유엔5본부 서울 유치

입력 2022-05-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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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최근 유엔5본부 서울 유치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매우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전문가는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의 역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미국은 자국 중심주의적 정책을 펼침에 따라 국제기구로서 유엔의 조정적·균형적 역할을 훼손시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판하면서 탈퇴를 선언했다. 유네스코도 반이스라엘 정서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공식 탈퇴했다. 유엔회원국인 이란·쿠바·러시아 등의 외교관들이 미국과의 적대관계라는 이유로 뉴욕 방문이 거부되기도 했다. 이란과 카자흐스탄 대통령, 심지어 유엔 사무총장까지 유엔본부의 미국 외 이전을 강력히 주장한 사례도 있다.

적절한 명분만 있으면 미국에 있는 유엔본부의 기능을 분산할 유엔5본부의 서울 유치가 불가능하지 않다. 유엔본부는 아시아 지역에 한 군데도 없다. 미국에 1개(뉴욕), 유럽에 2개(제네바, 빈), 아프리카에 1개(나이로비)가 설치되어 있다. 세계 인구 3분의 2를 차지하는 아시아에 설치되지 않은 것은 아시아인의 자존심과 직결된다. 아시아에 유엔5본부를 둔다면 한국의 서울에 설치하는 것이 적격이다. 한국은 유엔이 창설된 후 최초로 유엔의 이름으로 군대가 파병된 상징적인 국가이다. 아직도 한반도 정전체제는 유엔군사령부가 관장하고 있다. 광복 이후 지난 76년 동안 한국의 발전사와 민주주의 정착 과정은 유엔의 자유·민주·평화·번영의 가치를 구현해 왔다.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 반열에 들어선 한국은 유엔이 다루는 범세계적 이슈에 더욱 책임 있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도 이미 배출하였다. 유엔 산하 각종 기구의 수장으로 활동하였거나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한국의 국제사회 참여도가 활발함을 보여준다.

유엔5본부의 서울 유치는 한반도 분단을 극복하는 창조적인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은 지속하고 있다. 남북협력과 평화통일의 여건은 현실적으로 점차 멀어지는 느낌이다. 유엔5본부가 서울에 유치된다면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급속도로 감소시킬 수 있다. 유엔이 중재하여 남북·북미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정전협정의 서명 주체 중 하나가 유엔군 사령관이다. 유엔이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우리의 평화체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남북이 주체가 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자가 될 수 있다. 유엔이 평화협정의 주체와 보증을 추인한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은 그리 먼 훗날이 아닐 것이다.

북한은 유엔 기구에 관심이 있을까?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시대 북한은 유엔 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경제지원과 개발협력의 중장기 목표인 유엔의 지속 가능한발전목표(UN-SDGs)에 큰 관심을 보였다. 외무성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실질적으로 기획·지도하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관장하고 있다. 인도적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표준에 맞춰 국가발전을 이루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유엔5본부가 서울에 유치된다면 남북협력을 통해 UN-SDGs의 성공적·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서울·한반도·동북아의 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송영길 전 인천시장은 2012년 인천에 유엔 기구인 녹색기후기금(GCF)을 설치한 경험이 있다. 경험과 추진력은 큰 힘이 된다.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힘을 보탠다면 유엔5본부 서울 유치의 꿈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중·미러 갈등으로 유엔안보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참혹했던 2차 세계대전의 반성으로 설립된 유엔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향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강대국의 힘의 논리는 배격되어야 한다. 평화번영을 향한 유엔의 조정적·균형적 역할 회복은 유엔 5본부의 서울 유치가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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