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적자’ 소프트뱅크 둘러싼 버블 붕괴 ‘데자뷔’

입력 2022-05-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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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17조원 적자...창립 이래 최대 규모
금리인상 여파 등으로 2분기 전망은 더 암울하다는 지적
손정의 “현금 보유 늘리고, 투자 기준 엄격히 할 것”

▲2021년 2월 4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 도쿄 기자회견장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2월 4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 도쿄 기자회견장에 회사 로고가 보인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신생 기업에 대한 과잉 투자로 회사는 물론 주주들을 막대한 고통으로 몰아넣었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를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1분기 1조7100억 엔(약 17조 61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창립 후 4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적자다. 지난 회계연도에 5조 엔으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불가 몇 개월 사이에 회사 실적이 수직 낙하한 셈이다.

이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순자산가치(NAV)는 3월 말 기준 약 18조5000억 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줄었다.

대규모 적자 배경에는 회사 산하 '비전 펀드'의 투자 손실이 있다. 1분기 비전펀드 1호와 2호 투자 손실은 3조7388억 엔에 달했다. 펀드 설정 이후 누적 투자이익의 절반가량이 증발했다. 여기에 기록적인 엔저 현상과 달러 가치 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은 약 7000억 엔에 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에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를 진두지휘했던 손 회장은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간 손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리는 투자 방식을 선호해왔다.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AP뉴시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AP뉴시스

그러나 디디추싱은 중국 규제 당국의 눈엣가시가 되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고,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올해 들어 70% 가까이 하락했다. 미국 차량 공유업체 우버 주가 역시 급락하면서 소프트뱅크그룹에 타격을 줬다.

2분기는 더 암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게 되면 그만큼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게 되며, 이로 인해 기업 가치는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인상 여파에 기업공개(IPO) 시장도 위축돼 투자 회수 속도는 둔화하게 된다.

당장 1분기에 반영되지 않았던 알리바바 악재도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알리바바의 주가는 올해 들어 33% 하락했다.

WSJ는 오랫동안 소프트뱅크를 주목해온 투자자들은 닷컴 버블의 데자뷔를 느낄 것이라면서 소프트뱅크의 무모하리만큼 과감했던 투자가 회사를 끌어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실적은 과감한 투자 방식 때문에 실적과 주가가 변동성이 큰 편이다. 회사는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고점 대비 99% 하락한 경험이 있다. 이후 지난해에는 보유하고 있던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서 회사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대규모 적자에 위기감을 느낀 듯 손 회장은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보유 현금 늘리고, 투자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등 수비에 철저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비전펀드의 올해 1분기 신규 투자 승인액은 전분기대비 약 80% 급감한 25억 달러에 그쳤다.

회사의 현재 현금성 자산은 3월 말 기준 2조9000억 엔가량으로 아직 위기 수준은 아니라고 닛케이는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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