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격식 깬 대통령, 아쉬운 2%

입력 2022-05-15 11:08 수정 2022-05-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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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렸다. 시작부터 상황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민생은 고단해졌으며, 고물가·고환율 등 악재가 더해져 경제사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대단한 각오 없이는 국정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여소야대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모든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을 수도 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궁극적으론 저성장, 양극화 등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실제 윤 대통령은 기존 대통령들에겐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종종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형식적인 틀을 깬 첫 국무회의다. 윤 대통령은 12일 첫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단순히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한 형식이 아닌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무회의는 최고심의·의결 기구인데, 그동안 의결만 됐지 심의 기능은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틀을 깬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의 격식 없는 스타일은 집무실에서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1일 용산 집무실에서 주재한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프리 스타일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 하루만 풀단에서 사진 찍는 거로 하고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좀 하자.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다. 여기가 무슨 법정 개정도 아니지 않나"고 말해 참모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격식 탈피 노력은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첫 출근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지나치지 않고 짧게나마 질문에 답했다. '첫 출근 소감'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특별한 소감이 있나. 일해야죠"라고 했다. 대통령 신분으로 자유롭게 질답을 주고 받는 장면은 역대 정부 초반에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기존 청와대 체제에서는 대통령과 취재진이 일하는 곳이 분리돼 있어 언론과 대통령이 직접 대면하는 일은 기자회견이나 청와대 경내 초청 행사 외에는 없었다.

대통령의 이런 '틀 깨기' 노력은 박수쳐 줄 만하다. 하지만 여전히 목마른 이유는 무엇일까. 왜 2% 부족함을 느낄까. 아무래도 지금과 같은 엄중한 시기에 고단한 국민들은 격식 유무가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먹고 살기 힘든데 당장 희망과 미래를 꿈 꿀 수 있는 대통령의 강력한 메시지가 시급할지도 모른다.

'아, 대한민국이 앞으론 그래도 희망이 있겠구나', '나라가 앞으론 어떻게든 굴러가겠구나', '지금보다는 나아지겠구나' 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보와 메시지 말이다. 취임사에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있었다. 구체적인 미래 비전이나 방법론은 없고 미사여구만 가득했다는 아픈 지적도 있었다.

물론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위해 '역대 빠른 추경 통과'에 힘쓰고 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도 언급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여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경제 위기는 물론 북한 도발, 극도의 양극화 등 대내외적인 과제가 그야말로 종합세트로 산재해 있다.

멈춘듯한 경제가 다시 굴러가고, 두 동강 나 있는 사회가 통합되고, 격량 속 외교·안보 문제가 안정화 되는 등 대내외적 위기가 해결되기 위해선 대통령의 진정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 모두 대통령의 몫이다.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제대로 된 리더십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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