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여기서 나와”…‘사치의 여왕’ 이멜다 집에 걸린 그림은

입력 2022-05-15 13:57 수정 2022-05-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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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 이후 모친 이멜다(앉은 이)를 방문한 마르코스 당선인(오른쪽). (연합뉴스 )
▲대선 승리 이후 모친 이멜다(앉은 이)를 방문한 마르코스 당선인(오른쪽). (연합뉴스 )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유명 화가 피카소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 한 점이 모친인 ‘사치의 여왕’ 이멜다의 집에서 목격됐다.

14일(현지시간) ABS-CBN 뉴스와 CNN 필리핀 등 현지 언론은 대선에서 승리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이 최근 이멜다의 집을 방문했을 때 피카소의 작품으로 보이는 그림 한 점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당선인 측이 배포한 사진에 따르면 마르코스가 이멜다를 방문했을 때, 이멜다가 앉아있는 소파 뒤 벽에 그림 몇 점 걸려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피카소의 작품인 ‘누워있는 여성 VI’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과거 이멜다는 모네, 피카소 등 명화를 수집에 열을 올렸다.

이후 2014년 필리핀 반부패 법원은 이멜다로부터 명화 8점을 압수하도록 했다. 다만 이 그림이 진품인지 아니면 모조품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마르코스 일가가 축출된 뒤 부정하게 모은 재산 환수를 위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의 위원장을 지낸 안드레스 바우티스타는 인터넷 매체 래플러에 당시 압수한 피카소 작품은 모조품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그림의 진품 여부가 보다는 압수 대상이었던 이 그림이 공개적으로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르코스 일가가 대선 승리로 얻게 된 권력을 이용해 부정 축재 환수 노력을 억누르려 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고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인물이다. 특히 국고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 재산을 횡령해 비난을 받았다.

마르코스 일가가 집권 당시 부정하게 빼낸 재산은 100억 달러(약 12조 원)로 추산된다.

마르코스 치하에서 남편이 암살된 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86년 취임 직후 마르코스 일가의 재산 환수를 위해 PCGG를 설치했다.

PCGG는 지금까지 마르코스 일가를 상대로 1710억 페소(4조 원)를 환수했고 현재 추가로 1250억 페소(3조 원)를 되돌려받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대선에서 승리한 마르코스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직속 기구인 PCGG를 통해 자신의 가문이 부정하게 쌓은 재산을 국가에 반납하는 작업을 감독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르코스가 이미 대선 과정에서 선친의 행적을 미화한 적이 있어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환수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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