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고래부터 개미까지...루나ㆍ테라에 모두 당했다

입력 2022-05-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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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모습(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 모습(연합뉴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의 큰손인 이른바 ‘고래’들은 물론 개미투자자들까지 피해 막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기관 투자자들조차 루나의 설계적 결함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코인판 리먼 사태’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고래도 루나 사태 피하지 못했다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UST 폭락으로 일주일 새 두 코인의 시가총액이 거의 58조 원 증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두 코인을 발행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에 투자했던 가상화폐 업계의 큰손들도 막대한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게코를 인용해 최근 일주일 동안 UST와 루나 시가총액이 450억 달러(57조7800억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테라와 루나의 몰락은 테라폼랩스를 지원한 벤처캐피털(VC)로도 번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에 돈을 댄 업체는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판테라 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점프 크립토, 스리 애로스 캐피털 등이다. 이들은 가상화폐 업계를 움직이는 큰손인 이른바 ‘고래’들로 분류된다.

테라폼랩스와 UST 지원 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지난해 7월 1억5000만 달러, 올해 2월 10억 달러 자금을 모금했고, 이들 벤처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할인된 가격에 테라 측으로부터 코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번 폭락 사태로 큰 손실을 봤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크립토브리핑은 “루나, UST 폭락 사태로 갤럭시 디지털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고, 노보그래츠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테라 블록체인을 유망한 코인 생태계로 추켜세웠던 댄 모어헤드 판테라 CEO도 이번 사태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크립트브리핑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업계 전문가들이 알고리즘 기반 UST의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후오비 등 주요 코인거래소도 초기에 테라폼랩스에 투자했고 이번 폭락으로 돈을 물렸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하지만 루나, UST 폭락 사태로 누구보다 큰 손실을 본 집단은 개미 투자자라고 블룸버그통신은 강조했다. 가상화폐 투자업체 멀티코인 캐피털의 카일 사마니 공동 설립자는 “가장 큰 손해를 본 사람은 위험성을 이해하지 못한 일반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미련 못버린 개미들, 죽음의 단타 대회

큰 돈을 잃은 투자자들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극도로 커진 루나의 변동성을 이용해 조금이나마 손실을 복구하려는 투자자들이 단타 거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세계 주요 거래소의 상장폐지 예고에도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거래소 빗썸에선 국제 시세 대비 3500배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이를 이용해 상폐 전까지 차익을 얻으려는 트레이더가 뒤섞이면서 코인 시장에서는 ‘죽음의 단타 대회’를 펼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정리 매매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을 연상시킨다.

루나는 16일 오전 10시40분 현재 미국 가상화폐 시가총액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0.0002556달러(0.33원)에 거래됐다. 24시간 전 대비 39.32% 하락했다. 루나의 1주일 전 대비 하락률은 이미 99.99%를 넘겼고, -100%로 표시된다.

국내 시세는 해외 기준가보다 월등히 높게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루나는 빗썸에서 1177원이었다. 국제 시세의 3500배가 넘는 가격이다. 국내 거래소의 시세가 해외보다 2~5% 정도 비싼 것이 일반적이지만, 루나는 이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게 거래되는 중이다.

상당수의 해외 거래소에서 루나는 상장 폐지됐고, 빗썸은 이달 27일 오후 3시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다음 달 27일 오후 3시부턴 거래소에서 전자지갑으로 이동도 불가능하다. 빗썸에서 루나는 상폐 전까지 큰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 수익을 내려는 일부 거래자, 일시적인 반등을 노려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기존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타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테라, 리먼브라더스가 떠오른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라 루나코인 사태를 두고 2008년 금융 위기와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연상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사람들은 조폐국, 상업은행, 중앙은행, 주식 시장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 테라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붕괴를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의 리먼 모멘트’라고 부른다”며 “리먼과 마찬가지로 실패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 결국 구제될 것이라는 생각이 안일함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리먼 사태 때와 같이 고통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그 고통의 원인과 규모를 정확히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2008년 이후 월스트리트와 마찬가지로 가상자산 산업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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