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지속되는 직역 갈등…국회 상임위 1차 관문 넘어

입력 2022-05-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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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ㆍ간호조무사협회는 반대 VS 간호사협회는 찬성 의견 맞서

(사진=대한의사협회)
(사진=대한의사협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을 놓고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의 ‘반대’와 ‘찬성’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3개 법안을 병합해 하나의 법안으로 만들기 위해 조율해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3개 법안을 병합한 간호법이 의결됐다. 간호법은 상임위 법안소위 통과라는 1차 관문을 넘었고, 복지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 국회 본회의 상정 및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법’과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간호·조산법’ 등 3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간호법은 간호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근무환경 개선을 내용으로 업무범위 등을 담은 독자적인 법률이다. 목적은 간호서비스의 질 제고와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다만 의료계 등에서는 기존 의료법에 간호인력 관련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분리하고 있어 일명 ‘간호단독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반대 입장이다. 의사단체는 1인시위와 궐기대회 등을 통해 간호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회 법안심사소위 통과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에게 피해를 주는 악법이라며 행동에 나섰다.

반면 대한간호협회 측은 간호법이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것으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동안 의사협회 측은 “간호단독법은 간호를 의료에서 분리시켜 분절적, 독자적인 업무영역으로 존재하도록 해 국민건강에 위협이 되고,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리는 비합리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현행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인력지원법 개정만으로도 간호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15일 열린 ‘간호법 규탄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에서 “의료법과 면허가 존재하는 이유는 각 의료인들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 환자치료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구축해 놓은 불변의 약속”이라며 “간호법은 우리가 지금까지 정비와 보완을 거듭하며 갈고 다듬어온 의료법과 면허체계를 부정하고 이탈하려는 잘못된 시도”라고 비판했다.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사진=대한간호조무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사에게 지역사회에서 의사 지도 없이 방문간호센터·케어코디네이터센터를 개설해 독립적인 간호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 보조인력으로 만들고, 간호사 없이 업무를 할 수 없게 만든 것 등에 문제가 있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같은 날 열린 ‘간호법 제정 결사저지 결의대회’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단독법의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다. 간호단독법 수혜자는 오직 간호사밖에 없다”며 “지금 이대로 간호법을 제정하려면 차라리 간호조무사는 의료법에 남겠다. 간호사만으로 간호사법을 만들어라”고 반발했다.

간호법 제정을 적극 추진해온 간호협회는 지난 9일 국회 법안심사소위 통과 후 “간호법이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지키는 국민의 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간호협회는 그동안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간호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관련 법이 없어 간호인력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지역 간 수급불균형에 놓여 있어야 했다며, 간호법을 토대로 종합적인 간호정책이 시행돼 양질의 간호인력 양성, 높은 수준의 간호가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통과 절차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측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날치기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이하 의협 간호법비대위)는 지난 12일 성명서에서 “후안무치한 민주당의 간호법안 입법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기습적으로 개최해 간호법안 의결을 주도한 자들의 무거운 사과와 함께 보건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간호법안 제정절차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도 지난 15일 “간호사 직종 이익만 앞세운 간호단독법은 발의부터 법안소위 통과까지 날치기 처리됐다. 이것은 민주주의 부정, 의회민주주의 무시 등 민주당의 폭거이며 비상식적이고 난폭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간호사협회는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의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3당이 간호법 제정 추진을 약속했고, 협약에 기반 지난해 3월25일 여야 3당이 동시에 간호법을 발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해 11월24일 1차 법안심사소위를 시작으로 올해 2월10일 2차 회의, 4월27일 3차 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간호법 수정안이 마련됐고 5월9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간호법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각 단체들은 국회 통과와 저지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의협 간호법비대위는 “민주당의 유신 시절을 방불케 하는 반민주적인 입법 폭거로 인해 더 이상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수단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음을 깨달은 바, 비대위는 향후 총력 투쟁에 임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국회가 간호법안 제정시도를 계속할 경우 의사협회를 필두로 14만 의사들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공식 입장을 통해 간호법이 폐기될 때까지 의사협회 등 보건의료계와 함께 투쟁 역량을 강화하고, 간호법 폐기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는 이날부터 여야 당사와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의원 지역구사무실 앞 등에서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경림 간호협회장은 “여야 합의로 간호법 조정안을 통과시킨 것을 놓고 기습통과니, 날치기 졸속처리 운운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라며 “간호법은 국민을 위한 법이기에 정쟁 수단이 아니며 되어서도 안 된다”며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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