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루나 사태에 궁지 몰린 권도형...도지코인 설립자 “업계 떠나라” 작심발언

입력 2022-05-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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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말한 마커스 도지코인 개발자의 트위터 댓글. (출처= 빌리 마커스 도지코인 개발자 트위터)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고 말한 마커스 도지코인 개발자의 트위터 댓글. (출처= 빌리 마커스 도지코인 개발자 트위터)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업계를 떠나라”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빌리 마커스 도지코인 개발자가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의 발언 밑에 단 댓글입니다. 차갑다 못해 싸늘합니다. 도대체 권 대표가 뭐라고 했기에 이리도 냉담한 걸까요? 현재 루나 사태 진행 상황을 정리하며 그 이유를 짚어드리겠습니다.

권 대표 "업그레이드로 시스템 부활" VS 업계 "그저 희망사항"

▲“내 발명품(루나·테라USD(UST))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가슴 아프다”고 발언한 권 대표의 트위터 글. (출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트위터)
▲“내 발명품(루나·테라USD(UST))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가슴 아프다”고 발언한 권 대표의 트위터 글. (출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트위터)
앞서 마커스가 단 댓글의 원글은 이날 권 대표가 올린 트위터 게시 글이었습니다. 해당 글에 권 대표는 “내 발명품(루나·테라USD(UST))이 모두에게 고통을 줘 가슴 아프다”며 이번 폭락 사태에 대해 비통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비판의 대상이 된 건 그 이후 발언이었습니다. 권 대표가 UST의 블록체인을 업그레이드 해 시스템을 부활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권 대표의 계획은 쉽게 말해 ‘하드포크(Hard Fork)’, 즉 기존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 피해 입은 투자자를 구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총 10억 개의 새 토큰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를 피해 입은 투자자에게 나눠줌으로써 UST 생태계를 부활시키고 이들도 구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은 UST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되죠.

그러나 업계는 폭락 사태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권 대표의 대책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주부터 UST는 이미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이 시작돼 10만 원 대에서 0원 대로 폭락한 상태인데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도 권 대표의 ‘테라 생태계 부활’ 제안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라팀이 UST와 루나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테라팀에 네트워크 복구와 루나 소각, UST의 1달러 연동 복구를 요청했으나 어떤 긍정적인 반응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루나와 UST에 대한 신뢰가 떠난 것으로 보이죠.

마커스도 같은 의미에서 비판 글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더 큰 화를 부르지 말고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라는 것입니다.

“루나 브라더스”...큰손들마저 ‘타격’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도대체 타격이 얼마나 크기에 업계에서 권 대표가 계획을 제시해도 이렇게 회의적인 걸까요?

우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게코를 인용해 최근 일주일 간 UST와 루나의 시가총액이 450억 달러(57조7800억 원) 증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휴지조각이 된 루나와 UST 가격만 봐도 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16일 오후 3시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T 가격은 약0.17달러고, 루나 가치는 0.0002달러 대입니다. UST는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임에도 가치 연동이 완전히 깨진 상태죠.

이 같은 상황에 가상화폐의 큰손 투자자인 ‘고래’들의 피해도 막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적으로 테라폼랩스와 UST 지원 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지난해 7월에는 1억5000만 달러, 올해 2월에는 10억 달러의 자금을 모금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때 벤처 캐피털(VC)인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와 판테라 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이 테라폼랩스에 자금을 대 큰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포브스는 루나·UST 폭락 사태를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 비유해 ‘루나 브라더스’라고 표현했습니다. 리먼 브라더스의 붕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처럼 루나와 UST의 폭락이 가상자산 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속출하는 피해자 ‘멘붕’... 궁지 몰린 권 대표

그래도 가장 심각한 피해는 일반 투자자들이겠죠.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권 대표의 집을 찾아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코인 전문 인터넷 방송을 하는 A씨는 권 대표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도주한 혐의로 16일 조사를 받았습니다. A씨는 앞서 자신의 방송에서 “루나에 20억을 풀매수했다”며 “권도형 찾아간 것 맞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루나에 대량 투자한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이야기 하는 글이 올라와 이목이 집중됐다. (출처= 레딧)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루나에 대량 투자한 친구의 극단적 선택을 이야기 하는 글이 올라와 이목이 집중됐다. (출처= 레딧)
해외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루나에 대량 투자한 친구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해당 글에는 비슷한 피해 경험을 공유하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한 해외 누리꾼은 “당신 인생의 반을 일해서 번 돈이 사라지는 걸 상상해보라. 난 못 하겠다”는 댓글을 달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습니다.

한편 UST 커뮤니티는 권 대표의 계획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권 대표의 계획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죠.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피해자도, 궁지에 몰린 권 대표의 미래도 말이죠. 다만 확실한 건, 피해자가 최소화하는 방안이 작동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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