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동 '한강맨숀' 닷새만에 5억↑
정비사업 속도…매수문의도 늘어
"한동안 아파트값 강세 이어질 듯"
“거래만 된다고 하면 신고가를 쓸 정도로 호가가 올랐어요. 대통령이 용산으로 온 만큼 앞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많아요.”(서울 용산구 A공인 관계자)
용산구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재개발·재건축이 기대되는 구축 아파트는 물론 정비사업의 대상이 아닌 신축 아파트도 함께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교통체증과 집회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호재로 작용한 모습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9일 기준) 용산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04% 올랐다. 강북 14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용산구만 증가세를 보였다. 나머지 13개 구는 하락하거나 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용산구는 3월 28일 조사에서 0.01% 상승 전환한 이후 7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용산을 제외하고 서울 내에서 아파트값이 7주 연속 오른 지역은 서초구와 강남구뿐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지역개발의 기대감이 용산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촌동 '한강맨숀' 전용 87㎡형은 지난달 26일 38억 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21일 33억3000만 원에 신고가를 쓴 지 닷새 만에 약 5억 원이 올랐다. 이태원동 '청화1' 전용 142㎡형도 지난달 22일 26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평형이 지난해 6월 22억8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에 비해 3억2000만 원이 올랐다.
새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모양새다.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촌동 ‘우성아파트’는 13일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인가받았다. 다만, 지역 개발 기대감에 따른 호가 상승이 오히려 거래절벽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용산구 이촌동 A공인 관계자는 “한강맨숀이나 왕궁, 삼익 아파트 등의 재건축 소스가 퍼지면서 강남 쪽에서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매물이 많지 않고, 호가와 매수 희망가 간 차이가 커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촌동 B공인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용산은 전통적인 부촌이 많아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도 다른 지역처럼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재건축·재개발 호재에 따라 당분간 용산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용산은 인프라가 밀집해있어 사람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호재가 있는 아파트 단지들이 시세를 견인하는 측면이 있고, 신축 아파트들도 일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용산 시대’라고 해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따라 단기적으로 크게 상승한 부분이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조정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한동안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