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납품단가 연동제’ 한목소리…15년 만에 尹정부서 입법화 초읽기

입력 2022-05-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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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도입 입장 피력
원청업체인 대기업 반발로 15년간 국회 문턱 넘지 못해
표준계약서 작성 시 변동분 만큼 연동한다는 내용 들어갈 전망
“대기업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해 가격 유지하는 건 불공정”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 열처리 중소기업 공장에서 단조품들의 열처리가 진행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경남 밀양에 위치한 한 열처리 중소기업 공장에서 단조품들의 열처리가 진행 중이다. (심민규 기자 wildboar@)

지난 15년간 중소기업 숙원 과제였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한목소리로 연동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서 제도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간 거래를 법으로 제약하는 것이 자유와 시장경제를 내세운 새 정부 경제체계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과 대기업의 반발 등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난제로 남아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이 제도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반발과 개별 중소기업들의 산업 이탈이 야기되면서 현재까지도 납품단가 연동제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으로 경영상황이 지속해서 악화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35.9%는 타 기업에 납품하고 있으며, 매출의 74.6%는 납품을 통해 발생하고 있어 원청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과 납품을 받는 대기업 사이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을 전적으로 중소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17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지지부진했던 납품단가 연동제는 윤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탔다.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계 표심을 노리며 여당과 야당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중기중앙회와 17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위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며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강제화하고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의 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은 “정책위의장이 해외 출장 중인 저에게 연락해 관련 토론회를 요청했고 적극적으로 입법화에 도움 주겠다고 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전했다.

여당에선 김정재·한무경 의원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발의한 바 있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계약 당시와 달리 원자잿값이 상승한다면 반영될 수 있게 이런 내용을 계약서에 넣어야 하는데 넣지 못하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현실”이라며 “나눠서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제도가 정말 정착되지 않는다면 법으로라도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야당도 중소기업 업계와 만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해 다양한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 불공정 제도를 타파해야 한다”며 “상생협력법 개정안, 하도급법 개정안과 같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보완책에 민주당이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한 중소기업계 민생현안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한 중소기업계 민생현안에 대해 간담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정부와 국회서 논의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표준계약서 작성 시 원가 변동분 만큼 원자잿값을 연동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표준계약서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인상분만큼의 대금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법제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된 이영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제가 만약에 중기부 장관에 임명이 된다면 최소한 납품 단가를 연동해야 한다는 문구를 반드시 계약서에 들어가게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납품단가 연동제엔 아직 난제가 남아있다. 기업 간 거래를 법으로 제약하는 것이 지나친 국가 개입을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새 정부의 경제체계는 자유와 시장경제를 내세웠기 때문에 이와 결이 달라 지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반대의 뜻을 냈었다. 또한, 대기업의 반발 등 원청업체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지도 주목되는 점이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경제적 시각에서 연동제를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해 종전 납품단가로는 거래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존 가격대로 납품하라고 요구하는 행위가 불공정행위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나 담합행위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연동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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