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앞둔 가운데 최근 소아급성간염과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이 늘면서 전 세계에 다시 감염병 위기가 감돌고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초부터 전 세계 약 13개국에서 약 80명의 원숭이두창 환자와 60여 명의 의심사례가 보고됐다. 또한 소아급성간염 환자와 의심사례도 최근 30여개 국에서 400명 넘게 확인됐다.
인수공통감염병인 원숭이두창은 사람의 피부와 호흡기, 점막, 바이러스 감염 동물과 오염된 물건을 통해 전파된다. 사람간 전파는 흔하지 않다. 중상은 발열, 두통과 1~3일 후 얼굴 발진 등이다. 중증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제는 없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기존 사람두창 백신이 교차면역으로 약 85%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는 없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사체계 구축과 의료전문가 정보공유 등 국내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상황 변화에 따라 원숭이두창의 관리대상 해외감염병 지정도 검토 중이다. 검사는 2016년 질병청이 개발한 ‘원숭이두창 진단검사법 및 시약’으로 질병청에서만 가능하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의 이례적 전파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국외 상황들을 보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임상현장에서 의심되는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만나면 질병청에 진단검사를 의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감염병 위기의 원인으로 코로나19 방역완화를 꼽는 일부 의견에 김 교수는 “확산 이유는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연관지어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마스크 착용률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활동이 많아져 각종 감염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적”이라는 말했다. 최희경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래도 접촉이 늘다 보면 해외 유입 감염병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질병청은 원숭이두창 예방책으로 꼽히는 사람두창 백신과 관련해 현재 활용가능한 3502만 명분(도즈)을 비축 중이라면서도, 해당 물량은 사람 두창백신으로 원숭이두창 백신과 달라 이에 대한 효과평가 등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두창백신은 HK이노엔이 개발해 2008년 12월31일 국내 허가를 받은 ‘이노엔세포배양건조두창백신주(Cell Culture Dry Smallpox Vaccine)’가 유일하다. HK이노엔 측은 “테러대응용으로 2세대 두창백신을 정부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 3세대 백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에 앞서 꼼꼼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교수는 “여행 국가에 어떤 감염병 유행 상황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예방 백신이 있다면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치료제가 있다면 처방받아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탁 교수는 ”수인성 감염병 예방을 위해 여행 중 물은 구매해 먹고, 위생 상태를 알 수 없는 길거리 음식은 피해야 한다. 코로나 우려 변이로 확인된 BA.4, BA.5가 유행하는 지역 방문 시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고 귀국 후에는 가급적 PCR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