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59조4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6000억 원 줄었다. 2013년 1분기(-9000억 원) 이후 첫 감소세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5.4%로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경제 규모 확대, 부동산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가계신용 규모는 분기마다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 늘어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2019년 가계부채는 63조9000억 원 늘었는데, 코로나 이후인 2020년(127조3000억 원)과 지난해(132조2000억 원)는 두 배 이상 증가세가 커졌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자영업자와 취약차주의 대출 부실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를 중심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가계 역시 치솟는 물가와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 같은 영향이 1분기 가계부채 감소로 이어졌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앞으로 가계부채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며 “금융기관의 대출 완화 노력으로 4월 들어 예금은행 가계대출이 소폭으로 다시 전환되는 모습이 있었던 반면, 앞으로 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측면이 있고 주택매매거래도 당분간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신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1조5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11조8000억 원이 늘었는데, 1개 분기 만에 통계 편제 이후 첫 감소로 돌아섰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12조7000억 원 → +8조1000억 원)은 주택매매거래 둔화 등으로 전 분기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전국주택매매거래량은 작년 3분기 26만 호에서 4분기 19만6000호, 올 1분기에는 13만8000호로 꾸준히 줄고 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9000억 원 → -9조6000억 원) 정부 및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업권별로는 예금은행이 올 1분기 4조5000억 원 줄고,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역시 2조5000억 원 감소로 전환했다. 반면, 기타금융기관은 기타금융중개회사 등을 중심으로 5조5000억 원 증가로 전환했다.
판매신용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등에 따라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전분기대비 8000억 원 늘었다.
송재창 팀장은 “올 초에는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이 있었지만, 3월에 거리두기 완화로 판매 신용이 늘었다”라며 “2분기 민간소비가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