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하락에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 개인투자자)들의 ELS(주가연계증권) 수익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국내 증시 대비 선방해 왔던 미국 증시가 무너지면서 동학개미에 이어 서학개미들의 원금손실 우려도 커졌다.
ELS는 계약만기일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조기상환 또는 만기상환된다. 그러나 해당 지수가 녹인 배리어(knock in barrier·원금 손실 한계선)를 터치한 경우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ELS를 보유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하락장에서는 만기가 돼도 원금손실 우려가 크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을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 ELS 상품 2개가 녹인 배리어를 밑돌았다.
NH투자증권(ELS)20926호와 NH투자증권(ELS)20957호의 최초기준가격은 각각 245.14달러, 245.28달러였으나, 보잉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종가 120.70달러로 마감하면서 녹인 배리어(최초 기준가격의 50%)를 터치했다. 이들 상품의 발행일은 지난해 6월로 다음 달 10일 2차 상환평가일을 앞두고 있다. 만기 3년의 원금비보장형으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조건 충족시 연 7.40%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이달 10일과 12일에는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NH투자증권(ELS)21528호·21507호)이 하한 배리어비율 45%를 밑돌면서 원금손실 위험에 노출됐다. 만기 3년에 6개월마다 조기상환 조건 충족시 연 15.50%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상품 발행일은 1월로 발행한지 불과 4개월 만에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최초기준가격은 380달러대였다.
지난달에는 넷플릭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12개 ELS 상품이 대거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다. 같은 달 메타플랫폼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도 원금손실 우려 구간에 노출됐다.
보잉과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38%, 69% 하락했다. 메타플랫폼스도 42%나 떨어졌다. 보잉은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충격에 1분기에만 약 1조57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수 급감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이들 종목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선호도가 높은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가운데 메타플랫폼스는 7위(약 7400억 원), 보잉은 37위(약 1640억 원)를 기록했다.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순위에서도 넷플릭스(18위ㆍ약 1700억 원)와 메타플랫폼스(30위ㆍ약 815억 원)가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증시는 7주 연속 이어진 하락세를 끝낸 후 상승세로 전환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침체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증시는 멀티플 개선 트리거 없이 주가 반등이 어렵다”며 “단기 과매도 구간을 통과하며 낙폭 과대주의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으나, 멀티플 개선 트리거를 수반한 매크로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세상승이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리스크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 긴축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하반기 미국 경기 둔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