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퍼스트 무버' 시동] 'SMR는 새 먹거리'…기업, 발빠른 투자ㆍ해외협력 확대

입력 2022-05-2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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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SMR 사업

GS에너지ㆍ두산ㆍ삼성물산 맞손
SKㆍSK이노베이션 시장 선점 나서
업계 "본궤도 오른 사업 아냐"
"신성장동력 충분"의견 갈려

▲25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개최된 협약식에서 뉴스케일파워 존 홉킨스 사장(오른쪽)과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이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25일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개최된 협약식에서 뉴스케일파워 존 홉킨스 사장(오른쪽)과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이 서명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한미 양국 정상이 원전 분야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소형모듈원전(SMR)에 거는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SMR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와도 맞물려 있어 잰걸음 중인 민간 기업들의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자력발전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2년 원전 수출 기반 구축 사업’에 47억9000만 원을 투입한다.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이하 원전추진단) 설립도 추진한다.

원전 기업들도 발 빠르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삼성물산, GS에너지 등은 지난달 세계 최고 수준의 SMR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히는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전 세계 SMR 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사업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 전 세계 70여 개 SMR 모델 중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한 업체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단면.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단면. (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에 총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삼성물산은 총 7000만 달러(약 884억 원)를 투자했다. GS에너지는 공식적으로 투자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약 53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자력 발전 기자재 공급능력과 삼성물산의 발전소 시공 역량, GS에너지의 발전소 운영능력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루마니아 등에서 뉴스케일파워의 SMR 건설 계획이 구체화하면서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K와 SK이노베이션도 SMR 시장 선점에 나섰다.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미국 테라파워와 포괄적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덴마크 시보그사와 SMR의 일종인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선박 추진연료로서의 용융염냉각형(MSR) SMR 연구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역시 기존 팀 단위 조직이었던 원자력 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조직화하고 원자력 사업만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신설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소형원자로(SMR, MMR)와 수소 생산 △원전해체와 핵주기 △연구용 원자로와 핵연료 제조시설 사업 추진에 나선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만의 SMR 고유 기술 확보에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다.

▲캐나다 초크리버 MMR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캐나다 초크리버 MMR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하지만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단기간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A원전 업계 관계자는 “말이 좋아 SMR이지 아직 본궤도에 오른 사업은 아니다”며 “SMR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도 지분투자로 협력하는 단계일 뿐 향후 기존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속도감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분투자를 통해 수익 회수를 위한 단계이고, 그로 인한 경험치 축적을 통해 향후 국내에서도 사업 참여가 가능해지면 그때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의미로만 생각한다”고 밝혔다.

B원전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 정책 기조를 담은 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돼야 알 수 있지만, 가시화 단계가 아닌 만큼 지분투자 정도로만 볼 수 있다”며 “국내 사업이 활성화되기까지 안정성부터 경제성까지 아직 확보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국내에서는 현재 민간 투자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없다. 모두 정부에서 운영하는 사업이고, 기업 입장에선 투자 대비 수익을 회수하는 게 목적인데 그런 구조가 없다”며 "정부가 현실적인 방안과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국내 기업들도 우리나라 원전 사업에 뛰어들고, 그래야 사업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SMR 사업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었다. C원전 업계 관계자는 “SMR는 기존 원전보다 총사업비가 적어 소규모 투자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형 원전에 비해 부담이 적은 편”이라며“현재는 SMR 사업이 더딜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향후 SMR 시장이 완전히 열리게 되면, 짧은 시간 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SMR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똑같은 생각이겠지만 탄소중립도 실현하고 새로운 먹거리도 발굴하는 데 SMR만 한 사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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