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도미노 디폴트 직면…미국, 러 채무상환 허용 연장 불허·파키스탄도 위태

입력 2022-05-25 14:15 수정 2022-05-2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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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채권 원리금 상환 위한 제재 유예 중단하기로
부채 갚지 못하면 러시아 디폴트 위기 커져
파키스탄, 정세 불안에 IMF 지원 미뤄지고 있어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유로 비상사태 선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신흥국들이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채무상환 허용 조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지원이 절실한 파키스탄은 정세 불안으로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한 후 지금까지 허용했던 달러 채권에 대한 러시아의 원리금 상환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월 러시아 은행, 금융기관과의 모든 금융 거래를 금지했다. 다만 자국 채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러시아가 이들에 부채를 상환할 시간을 주기 위해 제재 유예시한을 25일로 설정했다.

이후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재무부는 연장을 불허했다. 이에 25일 오전 0시 1분부터는 러시아가 빚을 갚고 싶어도 갚지 못하게 됐다.

루미스세일즈앤코의 핫산 말릭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시한을 만료하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정책 변경이 러시아에 공식 디폴트를 안길 정도로 충분한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여전히 미국 이외 채권 보유자들은 러시아로부터 상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는 미국의 조치에 한발 앞서 27일 예정이었던 1억 달러(약 1263억 원) 상당의 달러 채권 상환을 지난주부터 앞당겨 상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당장 내달 23일과 24일엔 4억 달러 상당의 달러 채권 상환이 기다리고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티모시 애쉬 수석 투자전략가는 “재무부는 언제든 러시아를 디폴트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이들은 여전히 운전석에 앉아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공식 디폴트에 들어간 스리랑카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재정난에 빠진 파키스탄은 올해 무역적자를 45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고 지난주 2031년 만기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IMF로부터 30억 달러를 받기를 원하지만, 현 정부와 실각한 임란 칸 전 총리와의 싸움 등 정치적 혼란이 IMF가 지원을 꺼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IMF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당국이 유류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기 전까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뀐 정권은 여전히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의 시위 속에 이렇다 할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툰드라폰더의 마티아스 마틴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주 전만 해도 파키스탄이 스리랑카 다음이 될 가능성은 0%였다”며 “하지만 새 정부의 무대응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반대 중인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대국민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헝가리 에너지와 재정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상사태는 25일 자정 발효되며 이때 첫 번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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