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이어 설탕까지, 계속되는 인도의 식량 ‘장난질’...세계 화두가 된 ‘파편화’

입력 2022-05-25 15:34 수정 2022-05-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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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까지 1년간 설탕 수출량 1000만 톤으로 제한
인도설탕협회 “국내 수요 감당할 수 있어”…과도한 식량안보
말레이시아, 닭고기 수출 중단 선언
“자국 경제 보호 치중 파편화, 오히려 인플레 초래”

▲설탕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설탕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설탕 생산 1위국이자 2위 수출국인 인도가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국내 공급량을 확보해 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이유에서다. 인도가 밀에 이어 설탕까지 과도하게 수출 제한에 나서면서 글로벌 식량위기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이번 마케팅 시즌(2021년 10월~2022년 9월)의 설탕 수출량을 1000만 톤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인도가 설탕 수출을 제한한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인도 농업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총 750만 톤의 설탕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9월까지 수출될 수 있는 인도산 설탕이 250만 톤 남은 것이다.

인도 당국은 “이번 시즌 설탕 수출량이 2017~2018 시즌 대비 15배 많다”며 “충분한 재고를 유지하고 가격을 안정시켜 시민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커졌다”고 수출 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인도의 수출 제한 소식에 시장은 출렁였다. 세계 설탕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런던 선물 거래소의 설탕 가격은 1.1%가량 올랐다. 최근 세계 설탕 가격은 1위 수출국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와 석유 가격 상승으로 치솟고 있다. 설탕 가격은 1년간 20% 가까이 오른 상태다. 브라질에서는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 석유 가격이 오르자 에탄올 제조용 사탕수수 수요가 급증했다.

인도 정부가 수출 물량 급증에 따른 가격 상승을 우려하고 있지만, 과도한 식량 안보주의를 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설탕협회(ISMA)에 따르면 인도의 이번 마케팅 시즌 예상 생산량은 3500만 톤, 국내 소비량은 2700만 톤이다. 지난 시즌에 비축된 820만 톤의 여유분까지 합하면 내수 공급분이 충분한 상황이다. 인도 정부 역시 2010년 이후 설탕 생산 과잉으로 국내 수요량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앞서 인도는 13일에도 자국 내 안정적 공급을 이유로 밀 수출을 제한했다. 당시에도 인도 정부가 갑작스럽게 밀 수출을 중단해 농민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이 일었다. 글로벌 식량 위기 상황에서 공급량 조절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말레이시아도 이날 닭고기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혀 글로벌 식량 위기 부담을 가중시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음 달부터 닭고기 가격과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월 360만 마리의 닭고기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로널드 키안디 농업·식품산업부 장관은 “최근 다른 국가들도 자국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사한 조처를 하고 있다”며 “공급과 가격이 안정되면 닭고기 수출 금지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 식용유 가격을 잡겠다고 25일 동안 팜유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주의를 비롯한 탈세계화가 세계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현재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포럼에서도 ‘파편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파편화는 지난 30년간 지속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가 붕괴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애틀랜틴카운슬 지오이코노믹센터의 조쉬 립스키 소장은 “파편화는 국가가 자국 경제 보호에 더 치중하는 모습으로 결국 가격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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