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1300만뷰’ 돌파 ‘소울리스좌’...K-직장인 마음 저격했다

입력 2022-05-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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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젖습니다. 양말까지 젖습니다. 옷·머리·신발·양말 다, 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

25일 기준 무려 ‘1300만 뷰’를 돌파한 유튜브 영상의 주인공 ‘소울리스좌’의 멘트입니다. 글만 읽었을 뿐인데 벌써 머릿속에 노래가 자동재생 된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어마어마하죠.

소울리스좌의 안내 멘트 영상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신 화제입니다. 유튜브, 틱톡, 트위터 등 모든 플랫폼 채널에서 회자되고 있죠. 그것도 단순히 ‘웃기다’ 정도의 반응이 아닙니다. “이건 찐이다”는 격한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소울리스좌가 누구기에 이토록 ‘K-직장인’들의 사랑을 받는 걸까요?

사실 소울리스좌는 연예인도, 인플루언서도 아닙니다. 소울리스좌는 에버랜드 놀이기구인 아마존 익스프레스에서 탑승객을 안내하던 4년 차 아르바이트 직원 김한나 씨입니다.

김 씨가 스타덤에 오른 건 한 영상 때문입니다. 4월 에버랜드의 공식 유튜브 채널 ‘티타남’은 ‘에버랜드 아마존 N년차의 멘트! 중독성 갑’이란 제목으로 약 2분 30초짜리 김 씨의 근무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 김 씨는 허공을 응시하는 듯 무표정한 눈빛이었습니다. 반전은 김 씨의 안내 멘트였습니다. 놀이기구 탑승객 앞에 선 그는 반주에 맞춰 수많은 멘트를 기계적으로 뿜어냈습니다. 그것도 속사포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신나게 말이죠.

무심한 듯 완벽하게 멘트를 날리는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김 씨에 그야말로 ‘중독’됐습니다. 심지어 ‘무한 반복’해서 시청하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해당 영상은 약 한 달 만에 1300만 조회수를 가뿐히 넘겼습니다. 웬만한 유명 아이돌 직캠 영상보다 더 많이 시청한 셈입니다.

그 뒤로 김 씨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소울리스좌’, ‘소리좌’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의 눈빛이 공허하다는 데서 ‘영혼 없는’이란 뜻의 ‘소울리스(soulless)’를 붙인 별명입니다. 그 뒤에 붙은 ‘좌’는 어떤 분야에서 경지에 달한 사람을 뜻하는 ‘○○좌’를 붙인 것이고요.

이렇듯 김 씨가 ‘소울리스좌’로 사랑받는 이유는 영혼 없는 눈빛과 귀에 쏙쏙 박히는 딕션이 반전 매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영상 속 김 씨는 가장 적은 에너지로 최대의 효율을 내고 있습니다. 특유의 차분한 표정과 움직임을 최소화한 율동, 그리고 안정적인 발성을 통해 말이죠. 오랜 시간 노력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고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그런 점에서 직장인 누리꾼들은 “진정한 K-직장인의 텐션”이라며 더욱 열광하는 분위기입니다. 김 씨의 모습이 고된 업무를 해내다 경지에 달해 직장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감된다는 것입니다.

또 지치지 않을 정도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프로페셔널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누리꾼도 많았습니다. 이들은 “신의 경지다”, “K-직장인의 애환이 느껴진다”, “눈은 무심하게 자리와 고객 현황을 살피며 입은 쉴 새 없이 속사포로 랩을 하는 직장인의 표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때는 아쉬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김 씨가 4월을 끝으로 에버랜드를 퇴사한다는 근황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13일 김 씨는 티타남 채널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알바생’ 소울리스좌가 아닌 엄연한 에버랜드 ‘장미축제’의 광고 모델로 말이죠.

김 씨는 “옷·머리·신발 양말, 신발·양말 장미향에 젖습니다. 젖는 겁니다. 젖습니다”를 외치며 여전히 중독성 강한 표정과 목소리로 장미축제 홍보 멘트를 선보였습니다. 해당 영상은 게시된 지 2주가 채 안 된 26일 기준 ‘600만 뷰’를 넘겼습니다. 김 씨의 인기가 건재함을 보여주는 영상이죠.

더불어 김 씨는 최근 에버랜드의 홍보팀로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제는 티타남에 고정 출연하면서 에버랜드 홍보를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김 씨는 ‘N년차 알바생’에서 ‘유튜브 스타’가 됐습니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김 씨를 패러디하기도 했지만 “소울리스좌 원본만 못하다”는 반응이 많아 ‘연예인이 따라 하는 일반인’이 됐습니다.

평범했던 ‘K-직장인’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이런 김 씨의 행보를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축하해주는 이들도 많습니다. 소울리스좌의 성공을 보며 우리 모두 잘하고 있고, 또 잘 할 것이라는 희망을 공유하며 말이죠.

흥미로운 건 이번 소울리스좌 열풍 외에도 K-직장인의 애환을 다루는 콘텐츠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별똥별’에서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이 맡은 캐릭터 조기쁨의 클립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조기쁨은 초점을 잃은 눈빛과 진한 다크서클에도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업무를 보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에 직장인들이 “현실적”이라며 공감하고 있습니다.

실제 ‘K-직장인 모먼트’라며 조기쁨 모음 영상이 유튜브 상에서도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때로는 “직장인 모멘트 너인 줄”이라는 문구와 함께 친구에게 조기쁨 클립 영상을 공유하는 이들도 종종 보입니다. 조금은 웃픈(웃기고 슬프다는 의미의 유행어) 상황이죠. 아무튼, K-직장인들의 삶은 모두 비슷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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