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모리의 ‘원더 모찌 토너’를 애용하던 30대 직장인 A씨는 회사 인근에 자주 들르던 토니모리 로드숍이 문을 닫아 타사 제품으로 갈아탔다. 갈아탄 피부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에 헬스앤뷰티(H&B)스토어 CJ올리브영(이하 올리브영)에 들렀다가 토니모리 제품을 판매하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얼른 제품을 구매했다.
자체 로드숍에서 판매하던 화장품 브랜드들이 속속 올리브영 매장에 둥지를 들면서 입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몇년 사이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바뀐 데다 롯데쇼핑의 '롭스'와 신세계 '부츠' 등이 사업을 철수하면서 H&B스토어 시장을 올리브영이 석권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화장품 로드숍 시장이 무너지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원더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 기획세트’를 지난달 말부터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원더 세라마이드 모찌 토너 패드’로 본품에 20매입 휴대용 패드를 더한 올리브영 전용 기획세트도 내놨다. 토니모리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제품들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팔아왔는데 소비자 성원에 힘입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토니모리는 최근 언택트 뷰티템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스터랩 솔루션 멀티밤 라인’ 중 ‘마스터랩 솔루션 멀티밤 비타민씨’와 ‘마스터랩 솔루션 멀티밤 콜라겐’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판매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점차 올리브영 내 토니모리 제품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의 올리브영 입점은 토니모리가 처음은 아니다. 스킨푸드는 2020년부터 올리브영에 입점했고,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도 올리브영의 오프라인 입점과 함께 온라인몰에서 브랜드관을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씨앤씨의 미샤 역시 온라인몰에 브랜드관을 내고 현재 15종을 판매 중이다.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은 2013~2014년 최고의 전성기를 찍은 후 경쟁 과열과 내수 침체, 중국의 사드(고고도사일방어체계) 보복 후폭풍에 따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라 하나 둘씩 사라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닥치면서 화장품 업체들에 로드숍은 더 이상 미래 전략 사업이 아니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3407개였던 화장품 가맹점은 2020년 2018개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개점률은 1.8%에 그치는데 반해 폐점률은 32.3%에 달한다. 점포 2개가 새로 문 열 때 기존 점포는 32개가 문을 닫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017년 점포수 679개였던 토니모리는 2020년에는 484개, 올 1분기에는 338개로 줄었다. 미샤는 2018년 698개에서 2020년 407개로 줄었고, LG생활건강의 페이스샵은 2018년 804개에서 2년 후 481개로 거의 반토막났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매장도 2018년 1047개에서 2020년 657개로 감소했다.
로드숍 브랜드들은 생존을 위해 네이버와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에 입점하며 온라인 전략을 강화했다. 지난해 화장품 온라인 거래액은 12조2070억 원으로 3년전(9조8521억 원)보다 23% 커지며 대세로 떠올랐다. 여기에 H&B 시장을 석권한 올리브영 입점은 오프라인 전략의 중심축이 됐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로드숍의 경우 H&B스토어와 오프라인에서 경쟁 관계다 보니 점주 반발을 우려해 아직은 일부 제품만 파는 분위기”라면서도 “선택지가 많은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에서 점포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H&B스토어나 쇼핑몰 입점이 검토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