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코로나 보고 놀란 가슴 원숭이두창 보고 놀랐다

입력 2022-05-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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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환자의 손등. AP연합뉴스
▲원숭이두창 환자의 손등. AP연합뉴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고 하죠. ‘원숭이두창’(Monkeypox)을 바라보는 전 세계인들의 마음이 딱 그렇습니다.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 20여 개국으로 확산하자 코로나 19에 이어 제2의 팬데믹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고, 주로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염병의 무서움을 절감한 사람들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 20여 개국서 약 200건 확진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6일 현재 원숭이두창이 비풍토병 지역으로 분류된 20여 개국에서 200여 건의 누적 확진 사례가 나왔으며, 의심 건수는 100건 이상입니다.

지난 21일 보고된 확진자 79명에서 닷새만에 두 배 이상 늘은 규모입니다. 코로나19와 달리 전파력이 높지 않다고 하지만 최근 확산세는 좀 심각해 보입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코로나19 대응 기술팀장도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국에 감시 수준을 상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전자현미경 사진. 2003년 인간의 피부 샘플에서 얻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타원형(왼쪽)은 성숙된, 구형은 미성숙 바이러스다. AP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공개한 전자현미경 사진. 2003년 인간의 피부 샘플에서 얻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타원형(왼쪽)은 성숙된, 구형은 미성숙 바이러스다. AP연합뉴스

바이러스의 습격…“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감염병이 시작되지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다르다고 말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대비가 나쁠 것은 없죠.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또 비슷한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인수공통 감염병입니다.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전염될 수 있는 감염병이죠. 다만 다른 점은 감염경로입니다. 코로나19의 경우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 명이 동시에 여러 명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원숭이두창은 대부분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코로나19의 경우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활발한 변이 과정을 통해 전파력을 커질 수 있지만 원숭이두창은 DNA 바이러스인 만큼 변이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100%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최근 원숭이두창의 확산세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빠른 상황입니다. 지난 7일 영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은 한 달도 안돼 20여 개국으로 퍼져나갔는데요, 원숭이두창이 10개국 이상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양성’ 라벨이 붙은 시험관.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양성’ 라벨이 붙은 시험관. 로이터연합뉴스

전문가들 “팬데믹 상황, 우려할 필요 없어”

하지만 이같은 빠른 확산 속도의 원인이 바이러스 변이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원숭이두창 확산은 유럽에서 열린 두 차례 대규모 파티에 의해 발생한 우연적 사건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WHO 비상대책국장을 지냈던 데이비드 헤이먼 런던위생열대학 의학대학원 교수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스페인과 벨기에에서 열린 두 차례 큰 파티에서 성적인 접촉으로 원숭이두창이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가설이 유력하다”고 말했습니다.

헤이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생식기나 손 등에 병변을 일으킨 감염자와 물리적으로 밀접한 접촉을 했을 때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성적 접촉이 전이를 증폭한 것 같다. 더구나 국제적인 행사가 열리면서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로 퍼져 나가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549명 발생한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549명 발생한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통제할 수 있는 상황…과도한 반응 자제해야

원인이 어떻든 빠른 확산세가 우려스럽습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입니다. 코로나19 때도 빠른 백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죠.

다행스럽게도 원숭이두창의 경우 이미 백신이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에 대해 특별히 승인된 유일한 백신은 바바리안 노르딕(Bavarian Nordic)이라는 회사에서 제조한 임바넥스(Imvanex)입니다.

그런데 최근 원숭이두창의 이상 확산으로 백신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원숭이두창이 발병하지 않은 일본이 원숭이두창에도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 백신 비축에 나선 것이죠.

27일(현지시간)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원숭이두창에 효과가 있는 천연두 백신을 일본에서 생산·비축하고 있다”면서 “위기관리 목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비축물량을 말하는 것은 자제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독일도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보고되자마자 덴마크 백신 제조업체인 ‘바바리안 노르딕’으로부터 천연두 백신 4만 도스를 주문했으며, 미국과 영국도 원숭이두창 백신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부유한 선진국들이 백신 사재기를 했던 현상이 원숭이두창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아흐메드 오그웰 우마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 대행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백신은 가장 필요한 곳에, 위험에 근거해 공정하게 가야 한다”며 “누가 그것을 살 수 있는지가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과도한 반응이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감염위험대비국 국장은 “원숭이두창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이 정상은 아니지만 통제할 수 있다”면서 “작은 흙더미를 산으로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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