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해외는 원숭이두창 난리라는데…백신 맞아야 할까요?

입력 2022-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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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0일(현지시간) AP에 제공한 1997년 콩고민주공화국 원숭이두창 환자 조사 당시 사진. (AP/뉴시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20일(현지시간) AP에 제공한 1997년 콩고민주공화국 원숭이두창 환자 조사 당시 사진.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조금씩 벗어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원숭이두창이 각국에 번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처럼 치료제와 백신이 없어 막막한 상황은 아니지만, 치사율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습니다.

치사율 최대 10%…원숭이두창이란?

원숭이두창은 1958년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천연두(두창)처럼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피부에 수포와 딱지가 생깁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설치류와 영장류를 접촉한 경우 걸릴 수 있으며,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도 있습니다. 잠복기는 5~17일이며, 수 주 내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입니다.

원래 원숭이두창은 나이지리아와 카메룬 등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질환입니다. 그러나 지난 7일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 중동, 호주 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7일 기준 원숭이두창 비풍토병 지역으로 분류된 20여 개국에서 200여 건의 확진 사례가 발생했으며, 의심 건수는 100건이 넘습니다. 미국의 경우 지금까지 7개 주에서 9건의 발병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해외의 우리 국민 감염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18개국으로 출국하는 경우 안전공지 문자가 발송됩니다. 원숭이두창 발생지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 및 손 씻기, 야생동물 및 유증상자와의 접촉자제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또한, 입국 시 발진, 발열 등 증상이 있으며 검역관에게 신고하고, 귀국 후 3주 이내에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번으로 연락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6년에 원숭이두창 검사체계를 구축했으며, 국내 발생에 대비해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의 검사 확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코로나19처럼 전파력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과도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길 당부했습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PCR 검사로 감염 확인…대유행 가능성은?

원숭이두창 감염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표준검사법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진 유전자증폭(PCR) 검사입니다. 방역당국은 PCR 검사를 통해 매우 낮은 바이러스 농도까지 검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속항원검사는 검토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을 직접 치료한다고 입증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따라서 증상에 따른 대증 치료가 진행됩니다. 심한 경우 항바이러스제나 천연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의 혈액으로 제조한 백시니아 면역글로불린(VIG)를 쓸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해마다 3000건 정도의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보고됩니다. 주로 시골 지역에서 사람들이 감염된 쥐와 다람쥐에 가까이 접촉한 경우 발병합니다.

감염자의 체액이나 발진, 피부의 딱지는 특히 전염성이 높고, 감염자가 입었던 옷이나 사용했던 침구, 수건, 식기를 통해서도 전파될 수 있습니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는 남성 간 성적 접촉으로 인한 감염자가 대부분이지만, 성적인 전염 경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확인된 바 없습니다. 영국 보건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성적으로 전염되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WHO와 보건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팬데믹(대유행)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합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크기가 크고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고, 변이가 생겨도 전파력이 급증하거나 새로운 전파 경로를 만들 가능성이 작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WHO는 확진자 수가 지속적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각국의 경계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양성’ 라벨이 붙은 시험관.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양성’ 라벨이 붙은 시험관. 로이터연합뉴스

유럽·미국은 백신 사용 움직임…우리나라는?

현재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든 고유 백신은 없습니다. 다만, 덴마크의 바이오기업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두창 백신 '지네오스'가 2019년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에도 쓸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이 백신을 대량 비축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뿐입니다.

원숭이두창 발생국들은 점차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독일은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에 대해 최소 21일간의 자가격리를 권고했습니다. 또한,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해 4만 회분의 백신을 주문했습니다.

프랑스와 덴마크도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접촉한 성인과 의료진의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영국은 의료진과 밀접 접촉자에게 백신을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은 오는 30일 백신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3500여만 명분의 두창 백신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생물 테러 등 매우 위험한 공중보건위기에 대응해 사용할 목적으로 비축한 백신으로, 동결건조 상태라 장기간 보존이 가능합니다.

방역당국은 아직 원숭이두창에 대한 백신 접종을 실시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아주 큰 위험 상황이 아니라면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매우 제한적인 백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원숭이 두창에 노출된 후 4일 이내 접종 시 감염을 예방하고, 14일까지는 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접종했을 경우 부작용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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