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글로벌 혁신] 혁신의 독약 - 험담

입력 2022-05-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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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스쿨 학장,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종신교수

필자는 학장을 하기 전에 대학에 설치된 최고위과정(executive education)의 최고디렉터(executive director) 직책을 맡고 있었다. 최고위과정의 참여자들이 회사의 의사결정자들이고, 이들의 주 이슈와 책임 중 하나가 성공적 혁신을 진행하는 것이다. 테크놀로지회사든 공급망회사든 온라인회사든 공통적으로 큰 관심을 갖는 이슈는 혁신조직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팀원이 어떤 마인드세트(mindset)로 참여하게 이끄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직과 마인드세트 디자인이 궁극의 혁신 진행과 성공의 가능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혁신은 기존의 기술로 진행이 가능하다. 너무 앞서가는 기술은 여러 위험요소 때문에 기술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되고, 그 기술이 시장을 넓히는 서비스나 물품을 만들어내는 데는 그리 자주 소용되지 않는다. 사실 세상을 바꾼 혁신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의 ‘혁신적 조합’으로 성공을 만들어냈다. 이런 혁신적 조합을 만들어내는 자질을 우리는 주로 리더의 속성으로 이해했다. 쉽게 말해, 누가 스티브 잡스 같은 리더인지를 찾거나, 아니면 어떻게 혁신리더를 스티브 잡스처럼 만들 수 있는지가 관심이었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은 좀 다르다. 혁신리더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면이 있다. 먼저 회사가 필요한 부분에 적합한 배경과 경험을 소유한 능력자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진실함, 정직함, 공평함 등 여러 인간됨이 훌륭한 분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우수한 사람들이 모두 리더로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혁신 성공의 정도가 리더의 자질 차이에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여러 경험과 사례로 본 결과, 혁신 진행의 결과는 리더의 자질보다 이런 자질이 충만한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게 디자인된 조직문화가 더 좌우한다. 즉 ‘리더의 동네(The village of the leader)’ 자질과 동네의 관계 형성이 리더 개인의 자질보다 혁신 성공에 더 결정적 역할을 한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건강한 리더의 동네를 구축하는 데는 결정적으로 증진되어야 하는 관계 형성 문화도 있고 결정적으로 소멸되어야 하는 관계 형성 문화도 있다. 무엇이 증진되고 무엇이 소멸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오랜 연구결과를 통해 여러 가지가 제시된다. 이 중 필자가 가장 피해야 할 관계 형성의 태도로 지적하고 싶은 것이 바로 ‘험담’이다. 쉽게 말해 ‘남이 하는 남의 욕’에 동네사람들이 절대 정보의 신뢰를 주지 말아야 하며, 험담의 결과가 험담을 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험담의 특징은 ①앞에서 하는 경우가 없다. 즉 네거티브한 개인평가에 피드백과 인터랙션으로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며, ②과장과 가스라이팅(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희미하게 내보내는 방법)으로 경험의 왜곡이 크고, ③험담의 행위가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정당하지 않은 정보에 팀원이 이의를 제기하며 험담의 대상을 옹호할 기회를 주지 않기에 계속 증폭될 수 있고, ④주로 한 사람이나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스토리이지만 잘못 관리하면 다수의 생각을 지배하게 된다. 즉 몇 사람이 뱉어내는 개인적인 네거티브를 잘못 관리하면 전체 조직문화를 해치는 독약이 된다.

혁신조직은 많은 경우 관계를 평등하게 디자인한다. 즉 리더가 혁신장, 팀장 등의 타이틀로 얻어갈 수 있는 권위를 평평하게 만든다. 이런 관계 디자인은 여러 이유로 중요하지만, 또한 여러 이유로 험담을 가능하게 해 혁신을 진행하는 데 나쁜 영향을 끼친다. 그럼 다음 질문은 험담하는 사람을 어떻게 교육하고 관리하느냐로 넘어가게 된다.

집요하게 남의 험담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공통적 특징이 바로 ‘험담의 타깃에 대한 열등감’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남을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방법이 또 하나이다. 이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열등감이 풀어진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로를 선택하느냐는 여러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이뤄지겠지만, 필자가 보기에 ‘열등감’과 더불어 이런 경로를 선택하게 만드는 게 바로 ‘습관’이다. 험담하는 사람이 험담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습관은 바꾸기가 어렵고, 습관이라는 것이 많은 경우 본인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더의 동네에 험담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혁신 성공은 물론 더욱 성숙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 할 마인드세트이다. 다음 글에서는 험담이 해를 끼치고 있는 혁신팀을 어떻게 다시 디자인하여야 리더의 동네를 보다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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