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 이어 대형사도 경쟁 참여
저금리와 신(新)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으로 한동안 뜸했던 생명보험사들의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 금리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는 은행권으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연 2.7%에서 3%로 확정이율을 올려 ‘엔젤확실한저축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상품은 일시납 5년 만기로 운영된다. 앞서 교보생명과 흥국생명도 2% 후반대 확정이율 저축성 상품을 출시해 판매했다. 다음 달에는 한화, 삼성생명 등 대형사들도 저축성 상품 이율을 3%대로 올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보험사들의 행보와는 상반된다. 보험사들은 내년 IFRS17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성보험은 매출로 인식되지 않아 자본확충 부담이 커진다. IFRS17 도입 시 저축성보험 매출이 커질수록 이익보다 부채가 커지고 만기도래까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금리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보험사의 공시이율과 정기예금이율의 금리 차가 확대되자 일부 보험사들이 저축보험 판매를 독려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케이뱅크는 다음 달 1일부터 ‘코드K정기예금’의 금리를 기간별로 최대 연 0.7%포인트(p) 올린다고 밝혔다.
코드K정기예금은 가입 기간 1년은 연 2.40%에서 연 3.00%로 연 0.6%p 올랐다. 2년은 연 2.55%에서 연 3.20%로 연 0.65%p, 가입 기간 3년은 연 2.80%에서 연 3.50%로 연 0.7%p 인상한다. 은행 대표 정기예금이 연 3%(1년)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케이뱅크가 처음이다. 저축은행권에서는 연 4%대 특판 적금상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도 공시이율을 연달아 상향조정 하고 있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로 시중금리와 연동해 적용되는 일종의 보험 예정금리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4월 금리인상 영향으로 생보사 공시이율 올해 들어 5개월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삼성생명의 5월 일반연금보험 공시이율은 연 2.55%로 지난해 12월 2.30%에 비해 0.25%p 올랐다. 저축보험은 2.36%로 지난해 말 2.25%보다 0.11%p 상승했다. 한화생명의 이달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60%로 지난해 12월 2.22%에 비해 0.38%p 상향 조정했다. 교보생명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55%로 지난해 12월 2.25%보다 0.20%p 올랐다.
이를 두고 은행견제를 위해 ‘출혈경쟁’을 무릅쓰고 고객 선점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보험사들은 과거와 달리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으로 국고채 금리가 3%를 넘고 있다"며 "충분히 고금리 상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이라 앞으로 생보사들이 확정이율을 경쟁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