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서울·경기 북부는 평양공항 쓰라고?”...‘김포공항 이전 공약’ 실효성 따져보니

입력 2022-05-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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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전국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김포공항을 다른 대체 공항으로 이전하고, 그 일대를 대규모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공약이 발표되자마자 공약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지며 6·1 지방선거의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심지어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곳곳에서 노출되는 형국입니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발단...불똥은 ‘제주’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논란의 발단은 27일 이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정책 협약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날 이 후보와 송 후보는 김포국제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하고 인천 계양과 경기 김포, 서울 강서 일대 수도권 서부를 개발하겠다는 일명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권은 청주국제공항을, 동부권은 원주공항을 이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를 두고 여·야는 난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선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약이 제주 관광산업에 불러올 부작용을 부각하며 민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비판의 선봉에 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계양을에서 하던 기존 선거운동 일정을 취소하고 직접 제주로 향했습니다. 28일 이 대표는 제주국제공항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도민들께서 제주도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에 대한 배려 없이 수도권에서 탁상공론 정치를 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해 강한 규탄을 해주셨으면 한다”며 “‘제주도가 호구냐’ 이렇게 외쳐달라”고 맹공격을 퍼부었습니다.

허향진 국민의힘 제주지사 후보는 29일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체하고 ‘김포공항 이전 저지 제주도민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이 호구냐”며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제주도민은 죽어도 좋다는 무지막지한 공약이자 제주도민은 안중에도 없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이날 선거유세 현장에서 “(이 위원장과 송 후보가)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마구 해댄다”며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반면 이 후보는 김포공항 이전이 오히려 제주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30일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오 후보는 제 공약에 대해 ‘제주 관광이 악영향을 받는다’는 해괴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오 후보의 비판을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은 고속전철로 10여분 거리다. 김포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제주 관광에 악영향이라니 대체 무슨 해괴한 말인가“라며 ”알면서도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악당의 선동인가. 아니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철부지의 생떼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후보 측 김남준 대변인도 “김포공항의 제주노선 기능은 인천공항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사회기반시설 확충으로 제주 접근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제주지역 지방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이슈가 제주도 지역 민심까지 뒤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주 지역에서는 지난 대선 때 폐기한 공약을 굳이 재점화한다는 데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오영훈 민주당 제주지사 후보를 비롯해 지역 주요 인사들이 연 합동 기자회견에서는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오 후보는 “이번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대선 과정에서 송 후보가 주장하던 내용으로, 당시 논의과정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당 공약에 넣지 않기로 한 사안”이라며 “이재명 캠프나 송영길 캠프가 자기 선거구에 대한 정책 발표는 할 수 있다고 보지만 당 정책으로 채택되려면 절차적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포공항 규모 보니...공항 사라지면 ‘무리수’?

▲김포국제공항 (연합뉴스)
▲김포국제공항 (연합뉴스)
무엇보다 김포공항 이전이 특정 후보들의 ‘선거 전략’에만 도움이 될 뿐 사회적,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제 김포공항은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과 함께 한국공항공사의 적자를 메워주는 3대 흑자 공항 중 하나입니다. 국내 14개의 지방공항을 운영 중인 한국공항공사를 이 3대 흑자 공항이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국공항공사(KAC)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기준 김포 공항의 연간 운항편 수는 총 14만422편, 승객 수는 2544만8416명입니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 중 가장 큰 수치입니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공항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합니다.

하늘길이 막혔던 코로나 시국에 김포공항의 가치는 더 빛났습니다. 지난해 김포 공항의 연간 운항편 수는 6만9538편, 승객 수는 1124만6749명이었는데요. 국제선이 많은 인천 공항 보다 이용객이 더 많았습니다. 같은 기간 인천 공항의 연간 운항편 수는 13만973편이었으나, 승객 수는 김포 공항보다 적은 319만427명이었습니다.

▲31일 기준 30분 간격으로 빼곡히 운영 중인 김포-김해행 노선 모습. (출처= 김포국제공항 사이트)
▲31일 기준 30분 간격으로 빼곡히 운영 중인 김포-김해행 노선 모습. (출처= 김포국제공항 사이트)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의 이용객이 많았던 것은 대한항공과 에어부산이 30분에 한 대씩 교대로 운항 중인 김해행 노선과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인 제주행 노선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포-제주행 노선은 연간 승객 수 기준 세계 1위입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김포-제주행의 승객 수는 1500만 명을 넘어 연간 국내선 승객 수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운항 편도 8만7353편으로 국내 노선에서 1위입니다. 팬데믹 시기였던 것을 감안해도 엄청난 규모죠.

▲지난해 기준 연간 승객 수 1500만 명을 넘긴 김포-제주행. (출처= 한국공항공사)
▲지난해 기준 연간 승객 수 1500만 명을 넘긴 김포-제주행. (출처= 한국공항공사)
그러다 보니 김포공항이 인천공항으로 이전하면 한국공항공사 수익의 큰 축이 사라지게 될 공산이 큽니다.

항공사 수익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도심과 근접한 공항이 사라질 경우 대규모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포공항은 이름에 ‘김포’가 들어가지만, 주소는 경기 김포가 아닌 서울시 강서구에 있습니다. 즉 김포공항의 국내선 기능이 인천공항으로 통합되면 서울 시민들의 공항 접근성이 떨어져 제주 관광객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것이죠.

예컨대 코로나19 발생 전 김포공항을 이용했던 2544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통행시간, 통행비용, 대기오염 등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은 연간 2240억 원, 30년간 6조7200억 원에 달합니다. 더불어 추가로 지출하는 교통비용은 연간 1532억 원으로, 30년간 4조5960억 원에 달할지도 모릅니다.

서울·경기 시민 “서울 북부는 평양공항 쓰라는 것”

또 서울 시민들은 김포에서 국제선을 타면 인천에 비해 평균 1시간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심지어 김포공항에선 당일치기로 도쿄를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단거리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시간 절약 면에서 수요가 많습니다. 김포-하네다 노선이 대표적입니다. 이 노선은 일본에서도 나리타-인천에 비해 시간이 엄청나게 절약되기 때문에 최대 배 이상 비싸도 잘 팔리는 곳입니다.

이에 서울 강남권은 청주국제공항을, 동부권은 원주공항을 이용하자는 이 후보와 송 후보의 제안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시원찮습니다.

한 누리꾼은 “서울에서 청주와 원주공항 갈 시간이면 제주도 왕복할 시간”이라며 “아무리 선거용 막 뿌리는 공약이라도 정신 좀 부여잡고 하시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서울·경기 남부는 청주공항, 서울·경기 동부는 원주공항이면 서울·경기 북부는 평양공항 쓰라는 거냐?”면서 “꼴랑 지역구의원이 불체포특권 때문에 2000만 명을 고생시키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번 공약으로 제주도 관광 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한 누리꾼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얄팍한 꼼수만 가득한 사람”이라며 “제주도를 박살 내시려고 하냐. 제주도민도 국민이고 세금 납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집중으로 난리인데 서부권에 강남을 만들면 도로 상황이라든지 환경문제는 어떡하느냐”며 “김포공항을 없애버리면 서울시민과 경기도민들이 제주도 부산 여행을 위해 청주 원주로 가야 한다. 비용을 추가해서 지불해야 하는데 여행 가겠냐. 그러면 제주도는 망하라는 것 밖에 안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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