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권, 러시아 자산 몰수 놓고 대립…“우크라 재건 비용으로 쓰자” vs. “불법”

입력 2022-06-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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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6000억 달러 예상
발트3국·슬로바키아 재무장관 “러가 피해 배상해야” 공동성명
캐나다, 4월 러시아 정치인 자산 압류·우크라에 제공 법 통과
미국 “자산을 동결하는 것과 압류해 소유권 갖는 건 별개”

▲5월 18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독일 본 근처의 쾨닉스빈터에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쾨닉스빈터/EPA연합뉴스
▲5월 18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독일 본 근처의 쾨닉스빈터에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쾨닉스빈터/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3000억 달러(372조 원) 규모의 러시아 중앙은행 압류 자산으로 충당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입장이 나뉘고 있다. 러시아 침공이 발단이 된 만큼 러시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유럽과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주는 건 불법일 수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 부딪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과 슬로바키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가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 피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유럽연합(EU)을 향해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해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이들이 몰수하려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 일부는 대부분 스위스 국제결제은행을 비롯한 유럽 은행에서 예치돼있다. 러시아는 당초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을 6000억 달러 이상 유지해 경제 제재에 맞서려고 했으나 절반 이상을 해외 은행에 보관한 상태다.

5월에 열린 주요 7개국(G7) 고위 경제 관계자 회의에서도 러시아 자산 몰수는 주요하게 다뤄진 주제 중 하나로 독일과 캐나다에서는 대중적 지지로도 이어졌다. 캐나다는 특히 4월에 이미 러시아 고위 정치인의 자산을 압류하고 매각한 수익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침략국이 피해국의 재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다른 G7 국가들도 비슷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력한 제재로 러시아 고립에 주도적이었던 미국은 오히려 이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해외 은행에 보관 중인 자산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과 해당 자산을 압류해 실제로 소유권을 갖는 것은 별개라는 논리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의 일부를 러시아가 지불하도록 돕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미국이 법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타국 중앙은행 지급준비금을 압류한 선례를 남길 경우 다른 국가들이 그들의 지급준비금을 달러로 보관하는 것을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점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돼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로렌스 트라이브 하버드 명예 법학교수는 국가 안보상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타국 경제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국제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옐런 장관이 이 방안을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가 완전히 틀렸다”며 “법적 문제와 정책적 우려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 관리들은 정부 내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NYT에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국가 예산을 보충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다른 국가들도 이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6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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