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법적 문제 없어…운영변경 신청 때 추진"
한수원 해명에도 시민단체 반발은 이어질 듯
조정훈 "확실한 정보 제공하고 적극 소통해야"
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 원전 2호기 계속운전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당시 주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법적 절차상 안전성평가보고서가 아닌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하기 전 주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반발에 관해 한수원은 계속운전이 확정되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3일 이투데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지난달 4일 고리 원전 2호기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할 때 주민 의견을 담을 수 없었다.
원자력안전법과 한수원, 원안위 등에 따르면 안전성평가보고서 제출 때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이 관계부처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보고서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PSR) △주요기기수명평가보고서(LER)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RER)로 구성된다. 고리 2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난 후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원자력발전소이기 때문에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르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번에 한수원이 제출한 보고서는 PSR에 해당한다. PSR에는 주민 의견수렴이 대상으로 되지 않는다. 환경영향 평가 내용은 시행령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PSR엔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가 포함됐다. 주민 의견 수렴은 이번 과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이번에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고리 2호기 관련 보고서에는 주민 의견 수렴을 할 수가 없다. 계속운전 평가 과정을 크게 두 가지라고 볼 때 첫 번째 과정인 안전성 평가 보고소 제출 때는 계속운전의 기술적 승인 여부를, 두 번째 과정인 운영변경허가 때는 주민 의견을 포함해 실제 운영을 위해 필요한 모든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이에 원안위가 안전성 평가를 거쳐서 운영을 허가하면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주민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
한수원은 원안위의 안전성평가 승인이 나면 평가서 공람은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한 소통도 진행할 거라고 설명했다. RER 초안에 주민 의견을 넣는다면 안전성 평가 승인도 나지 않았는데 의견을 수렴한다며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가 (계속운전을) 할지 말지 결정한 것도 아니다. 법적으로 안전성 평가 결과를 제출해서 원안위가 검토해야 하는데, 아직 결정도 안 된 상태에서 벌써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변경허가를 하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법적으로 사전에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사전에 한다는 건 우리가 이미 (계속운전을) 한다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고리 2호기 서류 적합성 검토를 수행 중인 원안위 역시 "향후 한수원이 운영변경허가를 위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할 경우 원자력안전법 제103조에 따른 주민 의견 수렴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PSR 보고서 관련 내용은 (주민 의견 수렴)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올해 하반기에 공람 예정이다. 공청회 등 주민 의견 수렴절차 종료 후 지역주민 의견을 반영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개정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역 내 반대 목소리와 관련해선 계속운전 지역 수용성 확보를 위한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계속운전 수용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해명에도 보고서 제출 과정에 주민들과 소통이 없었다는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지난 4월 6일 부산시청 들머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만들면서 주민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지난달 12일 부산역 광장에서 "공청회 한번 없이 평가서를 제출해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일갈했다.
이와 관련해 조정훈 의원은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불안에 떠는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성 평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 주민 간담회 등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오해의 소지는 이후에라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