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범죄도시2’보다 잔인한 실제사건…현실에선 올리지 못한 엔딩크레딧

입력 2022-06-04 06:00 수정 2022-06-0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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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 2’가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뉴시스)
▲영화 ‘범죄도시 2’가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침체했던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최근 누적 관객 수 800만을 목전에 둔 영화 ‘범죄도시2’ 덕분입니다.

관객들은 액션신이 통쾌하다는 평입니다. 극 중 범죄자에게 날리는 배우 마동석(마석도 역)의 ‘핵주먹’에 푹 빠진 이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통쾌한 액션 영화의 이면은 시원치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참담한 쪽에 더 가깝습니다.

‘범죄도시2’는 ‘필리핀 관광객 연쇄 표적 납치·살인사건’이라 불리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상용 감독이 여러 사례를 취합해 만들었다고 설명하긴 했지만, 사건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다만 해당 사건의 주범들은 ‘필리핀 살인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영화보다 더 잔인합니다. 심지어 일부 피해자는 아직도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지만,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범죄도시2’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필리핀 관광객 연쇄 표적 납치·살인사건의 전말

‘범죄도시2’는 2008년 베트남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줄거리는 베트남에서 한국인을 노려 살해하고 대가를 요구한 강해상(배우 손석구) 등을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이 쫓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베트남이 아닌 필리핀에서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주범은 최세용과 김종석, 김성곤 일당입니다.

모든 사건은 2007년 한국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당시 이들 일당은 경기도 안양시의 한 사설 환전소에서 혼자 일하던 20대 여직원을 흉기로 살해한 뒤, 옆에 있던 금고에서 1억8500만 원의 현금을 훔쳐 필리핀으로 도주했습니다.

이후 2008년부터 필리핀에 자리 잡은 최세용 일당은 영화 속처럼 한국인을 표적 삼아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특히 이들이 집중적으로 표적 삼은 이들은 필리핀에 혼자 놀러 온 20~30대 한국인 남성 관광객. 자신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점에서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수법도 모두 비슷했습니다. 우선 이들은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 등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필리핀 교민이라 일정이 맞으면 여행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했습니다.

이후 편한 ‘동네 형’ 행세를 한 이들은 여행 온 피해자를 시내에 데려다주겠다며 차량에 태웠습니다. 그러나 피해자가 차에 탑승하면 곧바로 한패인 일당들과 집단폭행하며 자신들의 은신처에 납치했습니다. 그러고는 국내에 있는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전화해 돈을 뜯는 식으로 범행을 이어나갔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세용 일당은 이 같은 방식으로 2012년까지 한국인 관광객 10여 명을 납치했고, 5명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피해 액수만 6억5000여만 원에 달합니다.

“뼈라도 찾아가라”...극악무도한 이들의 범행

▲2013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 되고 있는 김성곤
 (뉴시스)
▲2013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 되고 있는 김성곤 (뉴시스)

실제 2011년 최세용 일당은 추석 연휴를 맞아 홀로 필리핀으로 휴가 온 30대 홍 모씨를 이 같은 수법으로 납치했습니다. 이들은 홍 씨의 금품을 모두 갈취한 뒤 몸값 5억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홍 씨가 가족에게 “여행 중 미성년 현지 여성과 성관계를 하다 걸려서 합의금 1000만 원만 보내 달라”고 전화하게 협박합니다. 놀란 홍 씨의 가족들은 돈을 부쳤지만, 홍 씨의 연락은 끊겼습니다.

김종석은 홍 씨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김종석은 아들의 행방을 묻는 홍 씨의 어머니에게 “미안하지만 죽었습니다”라며 “뼈라도 찾아가세요, 뼈. 천만 원 모두 달러로 준비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2014년 홍 씨는 최세용 일당의 은신처였던 마닐라의 한 주택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해당 사건의 핵심 용의자였던 ‘뚱이’가 청송 교도소에서 “언젠가 들키니 내가 증거를 없애 주겠다”는 수감 동료의 말에 속아 홍 씨의 시신이 있는 곳의 위치를 자세히 기술한 것이 덜미를 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홍 씨는 연락이 끊어진 지 3년이나 지나서야 주검이 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또 홍 씨의 유골이 묻혀있던 곳에서 또 다른 시신 한구가 발견됐습니다. 해당 피해자는 50대 공무원 출신의 김 씨로 알려집니다.

검거된 최세용 일당의 최후

2012년 최세용 일당은 한국과 필리핀의 공조수사 등을 통해 하나 둘 검거됐습니다.

우선 2011년 12월 김성곤이 필리핀에서 검거됐습니다. 김성곤은 잠시 탈옥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현지 경찰에 다시 붙잡혔습니다.

문제는 이후입니다. 처벌을 위해 김성곤을 국내로 송환해야 하는데 필리핀에서 ‘임시 인도’ 방식으로 송환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김성곤은 2022년 5월 필리핀으로 재송환돼야 했습니다. 이에 국내에선 재송환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범행이 미제로 남을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필리핀 한인 관광객 납치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한국에서 조사 받고 있는 김성곤의 필리핀 소환을 연장 및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김성곤의 필리핀 재송환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2015년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됐던 김성곤은 대법원에 의해 201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종석은 2012년 10월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됐습니다. 그런데 검거 3일째 김종석은 필리핀 유치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같은 해 최세용은 필리핀에서 태국으로 넘어가려다 추격 끝에 태국 감옥에 수감됐습니다. 이후 김성곤과 함께 한국으로 송환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결말과 다른 현실…찾지 못한 피해자 어디에

▲2013년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송환된 최세용
 (뉴시스)
▲2013년 인천공항 입국장을 통해 송환된 최세용 (뉴시스)

‘범죄도시2’에선 강해상과 그 일당이 한국 경찰에 잡히면서 통쾌한 결말을 맞이했는데요. 다만 현실에선 최세용 일당이 검거가 사건의 끝이 아닙니다. 아직도 못다 푼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필리핀 관광객 연쇄 표적 납치·살인사건의 생사를 알 수 없는 피해자가 남아있습니다. 홍 씨의 시신이 발견되던 당시 일당의 은신처에는 피해자들의 것들로 보이는 캐리어들이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죠. 2010년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 행방불명된 윤 모 씨도 아직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끝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건은 진행형이고 피해자가 남아있다는 사실,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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