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00일...러시아가 불붙인 '핵 위기' 시대

입력 2022-06-03 17:41 수정 2022-06-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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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인들이 4월 18일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차/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인들이 4월 18일 수도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식량 배급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부차/AP연합뉴스

러시아에 기운 돈바스 전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이 흘렀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점령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 돈바스에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의 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는 예상 외로 선전 중이다. 침공과 제재, 그로 인한 후폭풍이 전 세계로 번진 가운데 퇴로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새로운 핵 위기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지적한다.

2월 24일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을 선포하면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3일로 100일을 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룩셈부르크 의회 화상 연설에서 100일간의 교전이 초래한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토의 약 5분의 1이 러시아에 점령됐다”며 “점령당한 면적이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을 합친 것보다 크고 30만㎢에 달하는 국토는 지뢰와 불발탄으로 오염됐다”고 말했다.

이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인 1만40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유엔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망자가 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는 사망한 군인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소 3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베로도네츠크는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지나가는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가 이 곳을 장악할 경우 돈바스 전세가 러시아에 기울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진격 실패 요인을 반영해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한 뒤 무차별 포격을 가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점령 목표 지역의 경제적 생존 능력을 파괴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포위하고 맹렬히 폭격해 항복을 받아냈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가운데)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을 만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

새로운 핵 위기 시대 진입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안보 지원 패키지를 공개했다. 7억 달러(약 8750억 원) 규모 패키지에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을 비롯해 대(對) 포병 및 항공감시 레이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과 발사대, 4대의 Mi-17 헬리콥터, 15대의 전술 차량, 탄약과 포탄 등이 포함됐다.

특히 HIMARS는 사거리가 최대 80㎞로, 먼저 지원된 M777 곡사포에 비해 성능이 월등하다. 러시아 영토 공격 가능성을 우려해 고심하던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사거리가 300km에 달하는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지원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지원 규모는 46억 달러에 달한다.

서방사회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목표임을 분명히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100일의 시간 동안 국제사회를 지탱하던 질서들이 흔들렸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지형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계가 새로운 핵 위협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서방을 겨냥해 핵을 쥐고 흔드는 상황이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 허드슨 연구소 앤드류 크리파인비치 주니어 선임연구원은 최근 포린어페어즈에 기고한 글에서 “핵무기 경쟁 위험이 커지고 국가들이 위기 상황에서 핵무기에 의존하는 유인이 강화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9일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시설에서 지상 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플레세츠크/AP뉴시스
▲지난해 12월9일 러시아 북서부 플레세츠크 시설에서 지상 배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플레세츠크/AP뉴시스

모두가 핵우산 향해 뛰어

비핵보유국들은 30년 전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처한 처참한 현실을 지켜보며 자체 방어 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핵 개발 수준이 이미 우려할 만한 상태에 도달한 국가들도 있다. 북한은 수십 개의 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충분한 농축우라늄을 확보했다. 이란이 핵 보유를 향해 전진할수록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도 핵무기 개발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핵우산 확산을 추적하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모두가 핵우산을 얻기 위해 서두르고 있고 그것을 얻을 수 없다면 자체 방어 무기를 가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무력 야망에도 기름을 부었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서방사회에 맞서는 과정에서 핵 카드가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향후 대만 침공 과정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다. 미국 전략사령부의 찰스 리차드 사령관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핵 강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도 “최소한의 억제력만 있으면 된다고 했던 중국이 2030년까지 최소 1000개의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국 전 세계를 위험과 불확실성이 가득찬 시대로 이끈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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