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금리 상승에 소비자 지갑 닫아...물가 하락 압력 관측
전 세계 주택 가격 상승률도 낮아져
10일 발표 미국 CPI에 ‘주목’
미국 S&P500 기업 중 소비재 관련 기업의 재고는 지난달 말 실적 발표 기준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한 448억 달러(약 56조 원)어치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수요 급증과 공급망 혼란으로 재고가 쌓일 틈 없이 제품이 팔려나갔다. 이에 기업들은 그간 재고 확보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최근 물가가 치솟고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즉 소비 위축으로 인한 재고 증가가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치솟는 물가에 음식과 연료와 같은 필수 소비재에 대한 지출 부담이 늘어나고 가처분 소득은 줄어들면서 의류 같은 제품의 수요가 줄어 관련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에 맞춰 각종 의류 재고를 늘렸던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와 유통 체인 콜스 등은 최근 몇 주 사이에 예상보다 더 빠르게 수요가 줄어들면서 뜻밖의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도 인플레이션 고점 임박설에 힘을 싣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4분기 4.6%(연율 기준)를 기록해 직전 분기 5.4%에서 다소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중국이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는 것도 전반적 수요 감소로 이어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 산업생산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제유가를 5%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정점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자칫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10일에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됐다. 5월 CPI는 전년 대비 8.2% 상승해 4월(8.3%)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치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인플레 고점 논란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