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량위기에 농산물값 폭등, 절박한 물가안정

입력 2022-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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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4%나 폭등한 데다, 글로벌 차원의 식량위기로 물가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심각한 가뭄으로 국내 농산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해 서민 생활물가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올여름과 가을까지 최악의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공급망이 무너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세계 식량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흑해 항로 봉쇄로 유럽 최대 곡창지역인 우크라이나의 밀과 대두, 옥수수 수출이 중단됐고,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까지 겹쳐 주요 곡물생산국들의 수출 규제가 잇따른다.

‘식량보호주의’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120년 만의 폭염에 지난달 밀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설탕 수출도 제한했다. 자국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는 이유이지만 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도 팜유 수출을 한때 중단시켜 가격을 높였다. 이집트·알제리·모로코 등도 곡물 수출을 금지한 상태다. 아프리카와 중동,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의 다수 국가들이 식량 조달에 타격을 받고 있다. 남미의 아르헨티나, 미국 남서부 지역 등도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농산물 작황마저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5월까지 누적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가뭄으로 파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비료가격 및 유가 폭등과 인건비 급증으로 배추·무·건고추·양파·마늘·감자 등의 경작면적이 대폭 줄었다. 출하량 감소로 가격도 치솟는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으로 주요 농산물값의 평년 대비 상승률이 시금치 62.4%, 배추 43.1%, 상추 32.9%, 감자 32.0%, 콩 23.0%, 무 16.0%였다. 5월 물가조사에서 돼지고기(20.7%), 수입소고기(27.9%),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서민 밥상물가의 위기상황이다. 6∼7월에도 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세계 식량위기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쇄적인 곡물가격 폭등이 당분간 해소될 전망도 어둡다. 가뭄 피해로 인한 국내 농산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위기의 태풍권역에 들어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조만간 민생·물가대책과 민간의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정책방향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금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일이 물가안정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계의 부담을 덜고 고물가의 피해가 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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