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디지털 전환 전담조직이 필요한 이유

입력 2022-06-0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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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지난 대선에서 양대 정당의 후보자는 모두 디지털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국 사회의 미래성장동력이 디지털 전환에 있다고 인식한 결과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의 의미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좀 혼란스럽다. 디지털 전환을 고객경험 중심으로 설명하거나,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혹은 디지털 전환을 초연결과 같은 추상화된 단어로 정의한다. 이들 정의는 디지털 전환의 일면에 해당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의는 디지털 전환을 왜, 어디에서,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을 줄 수 있다. 종합적이고 일관된 정의를 내려야 디지털 전환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가능하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다수의 학자와 조직의 의견을 모으면 디지털 전환의 대상은 여섯 가지로 분류된다. 사용자 경험, 운용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도메인 혹은 전략, 조직 구조와 문화, 마지막으로 정치·경제·사회가 그것이다. 정부를 기준으로 디지털 전환의 대상을 나누면 시민 경험, 운용 프로세스, 미시정책 모델, 거시정책 모델, 조직 구조와 문화, 정치·경제·사회가 이에 대응한다.

디지털 전환의 6대 대상은 3단계 전략 혹은 정책 시계인 스리 호라이즌(Three Horizons)으로 묶을 수 있다. 스리 호라이즌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미래 시점을 단·중·장기로 나눈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중·장기를 나누는 경우 시간을 산술적으로 나눈 것인 데 반해, 스리 호라이즌은 전략이나 트렌드를 기준으로 미래 시점을 분류한 것이다. 미래학을 기준으로 하면, 호라이즌 1은 트렌드가 유효한 기간, 호라이즌 2는 현재 소년기의 트렌드, 즉 이머전트 트렌드가 충분히 성숙하여 트렌드가 되는 미래, 호라이즌 3는 현재 유아기의 트렌드인 위크 시그널 혹은 이머징 이슈가 트렌드가 되는 장기 미래에 대응한다. 전략적으로 보면 호라이즌 1은 대응과 적응 전략, 호라이즌 2는 혁신 전략, 호라이즌 3는 선호 미래를 만들기 위한 장기 미래전략에 해당한다. 스리 호라이즌의 틀로 디지털 전환의 6대 대상을 할당하면, 사용자 경험과 운용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모델이 호라이즌 1에 해당한다. 호라이즌 2에는 도메인과 전략 전환 및 조직 구조와 문화 전환이, 마지막으로 호라이즌 3에 정치·경제·사회가 해당된다.

사용자 경험은 전통적인 고객관계관리, 고객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객성향을 분석하거나 혹은 고객 세분화를 통해 마케팅 효과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운용 프로세스의 효율화는 프로세스 자동화, 종이 없는 사무실, 스마트 워크 등이 해당한다. 사용자 경험과 운영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은 전통적인 IT 조직이 수행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이란 기존의 전통적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넷플릭스를 들 수 있다. 우편으로 DVD를 배송하고 돌려받았던 비즈니스 모델을 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OTT 비즈니스로 전환했는데, 이를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전환이라 한다. 브리태니커, 뉴욕타임스, 레고 등의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고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

도메인 전환 혹은 전략 전환이란 기존의 비즈니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 구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 시도인 메타, 저궤도위성통신망 기업인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디지털 전환은 산업사회의 전문성을 중시하고 분업화한 조직에서 수평적인 조직 구조와 문화로 전환하게 한다.

다른 5개의 디지털 전환이 누적되면 정치·경제·사회의 전환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원격근무가 일반화되면 도시 구조의 변화를 일어난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지노동의 자동화는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디지털 전환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고, 18세기 말 산업혁명이 초래한 변화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 도메인 및 전략, 마지막으로 조직 구조와 문화의 전환은 전통적인 IT 조직이 담당할 수 없다. 이는 최고경영진의 신뢰와 위임을 받은 조직에서 추진해야 한다. IT 조직이 전산 시스템의 개발과 운영에 최적화되어 있으므로, 비즈니스 모델이나 도메인 혹은 조직구조와 문화의 전환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을 영어로 Chief Digital Officer, 우리 말로 최고 디지털 책임관이라 한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을 맡은 조직의 명칭은 통일되어 있지 않다. 디지털 전환팀, 디지털 전략팀, 디지털 혁신팀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이러한 조직이 없는 경우가 더 흔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는 경우, 디지털 전환은 IT 조직의 어깨와 등에 올려진다. 이는 제조업의 경우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공공조직의 경우 IT 조직의 위상이 낮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IT 조직이 디지털 전환을 전담하거나 주축 역할을 하면, 디지털 전환은 사용자 경험과 운용 프로세스에만 집중된다. 그러한 경우 기업과 공공조직이 직면한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에는 정치·경제·사회 전환을 제외하고 5개의 대상이 있으며, 그중 IT 조직이 담당하기에 적합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거대한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최고경영책임자 직속으로 설치하고 그만한 권한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참고로 디지털 전환은 중기의 호라이즌 2를 넘어서까지 진행돼야 함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디지털 전환은 중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은 1년 혹은 2년의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도록 성과평가 체계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기업과 조직이 디지털 전환에 건승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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