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통신] 재택근무, 팬데믹 후에도 대세

입력 2022-06-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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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완섭 재미언론인

“40시간 현장근무 안 하면 해고”

머스크 직원들에 통보…논쟁 불러

스탠퍼드·MIT대 등 공동조사

‘재택근무 생산성 9% 향상’결과

뉴욕시 기업 78% 절충안 선택

“최소한 주 40시간 사무실에서 일을 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고입니다.” “고참일수록 사무실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합니다.”

1일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내가 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내가 같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라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스페이스X는 진즉 파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테슬라 임원들에게도 “40시간 이상 사무실에서 일하기 싫으면 떠나라”고 통보했다.

매우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메시지를 접한 직원들과 노동계는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대부분 첨단기술 기업들이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재택근무 형태로 전환, 새로운 근무 형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멘트여서 더 그렇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잠시 소강상태였던 바이러스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자 직원들에게 아예 사무실로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했고, 애플도 5월부터 적어도 주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려 했으나 감염자가 다시 늘어남에 따라 시행을 연기한 바 있다.

튀는 행적을 자주 보여준 머스크가 이번에도 역주행 파격 행보를 한 것인가, 아니면 재택근무 제도의 한계를 간파하고 현장근무 원칙을 천명한 것인가. 그의 발언은 재택근무의 생산성 문제와 팬데믹 이후 근무 형태를 둘러싼 논쟁에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머스크의 현장근무 중시 발언은 팬데믹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는 나름의 결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공장이나 사무실에 출근해 눈앞에서 일해야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이지 재택근무를 핑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농땡이를 치는 거 아니냐는, 근무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인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기계 프레스 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현장근무 중시 발언에도 미국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이미 대세가 된 듯하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기계 프레스 라인을 지켜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현장근무 중시 발언에도 미국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이미 대세가 된 듯하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의 결정에 가장 먼저 회의적인 목소리를 낸 이는 니콜라스 브룸 스탠퍼드대 교수. 그는 생산직 근로자는 머스크의 말에 박수를 칠지 모르겠지만 인사, 재무, 인공지능 등 분야 직원들은 굳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 아무 데서나 일을 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직원의 10~20% 정도는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알마리나 그라모지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도 사무실에서 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생산성에 차이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많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생산성은 개인의 능력 차이보다 기술력이나 업무 스타일 등 시스템이 원격 근무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느냐에 따라 더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그라모지 교수의 설명.

재택근무의 영구화를 선언한 트위터의 아드리안 자모라 대변인도 조만간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들일 예정이지만 재택근무 방침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기업들은 고민 끝에 지역사무실 개설이라는 묘수를 찾아냈다. 재택근무와 현장근무의 절충점으로 외곽지역에 지역 사무실을 내 그쪽 지역 직원들이 이용토록 하는 것인데, 임차료를 줄이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가 16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의 기업이 절충안을 선택했다.

맨해튼의 공실률은 현재 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여전히 12%포인트가 높은 상태인데, 앞으로도 나아질 전망은 없어 보인다. 기업들이 직원들을 출근시켜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하기보다 외곽으로 분산 이전하는 추세이고, 이미 브루클린, 퀸즈 등 부심지에 대규모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외곽으로 이전할 경우 주어지는 세제 혜택도 그런 움직임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맨해튼 중심가 플랫아이언에 폼나는사무실을 냈다가 2년 만에 강 건너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로 이전한 유럽 광고회사 소셜체인도 그런 대세에 따른 사례다.

일벌레 머스크가 40시간 사무실 근무를 고집한다고 다른 기업들이 따라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니콜라스 브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시카고대, MIT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결과 “재택근무가 사무실 근무 방식에 비해 지난 2년간 9%가량 생산성이 높았다”며 “팬데믹 이후 근무 형태는 재택근무나 전일출근 중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라 주 3일 출근, 2일 재택근무 같은 절충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로일수의 40%를 차지하는 재택근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대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wanseob.k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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