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싸이 ‘흠뻑쇼’가 비난받는 이유

입력 2022-06-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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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가 회당 300톤(t)의 생수를 뿌리는 쇼를 3년 만에 재개하면서, 최악의 가뭄 속을 버티는 농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물 부족을 겪는 농가 입장에선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한 물을 회당 수백 톤씩 소비한다는 소식이 달갑지 않다.

▲싸이 ‘2017 흠뻑쇼 서머 스웨그’ 현장.(뉴시스)
▲싸이 ‘2017 흠뻑쇼 서머 스웨그’ 현장.(뉴시스)

코로나 극복 의미 더해 3년 만에 재개

싸이가 ‘흠뻑쇼’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2011년부터 이어져 온 공연은 코로나19 여파로 3년간 열리지 못하다 올해 개최 소식을 알렸다. 흠뻑쇼는 공연 내내 사방에서 물을 뿌려 관객과 가수가 모두 흠뻑 젖은 상태로 즐기는 콘셉트다.

전국 투어로 진행되는 올해 흠뻑쇼는 7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구체적인 공연 일정을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7주에 걸쳐 매주 주말마다 공연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횟수는 10회 안팎에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싸이는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흠뻑쇼는 마실 수 있는 물을 쓴다. 식용 물을 사는 것”이라며 “물값이 진짜 많이 든다. 콘서트 회당 300톤 정도 든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회당 300톤에 달하는 식수가 허공에 흩뿌려지는 것이다.

만약 6월 중순부터 7월 초까지 장마가 오지 않아 지금의 가뭄이 공연 전까지 이어지면 흠뻑쇼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봄철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6월 2일 세종시 소정면의 한 하천이 바짝 말라붙어 있다.(뉴시스)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봄철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6월 2일 세종시 소정면의 한 하천이 바짝 말라붙어 있다.(뉴시스)

가뭄 고통 속 농가들…지하수까지 말라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 다수의 지역에서 가뭄 경보가 내려졌다. 대구, 경북 경산·영천·청도 4개 시·군은 ‘극심한 가뭄 수준’(심각) 단계가 유지되고 있고, 충남 당진·보령·서산 등 8개 시·군은 ‘심한 가뭄’(경계), 강원 원주·횡성 등 2개 시·군은 ‘약한 가뭄’(관심) 단계다. 대구를 포함한 경북 지역과 충남 지역의 봄 가뭄이 유독 심한 모습이다.

올해 들어 강수량은 과거에 견줘 눈에 띄게 적은 상황이다.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기상청이 가뭄 수준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삼는 최근 6개월 동안(2021년 12월 6일~2022년 6월 5일)의 전국 누적 강수량은 185.4㎜로 평년의 53.1% 수준이다. 전국에서 가장 가뭄이 심각한 경북의 최근 6개월 강수량(142.5㎜)은 평년의 47.9%에 그친다. 충남도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가뭄 해갈엔 역부족이었다. 충북 일부 농가에선 극심한 가뭄 탓에 20여 km 떨어진 양수장에서 물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심한 곳은 지하수도 말라가고 있다. 지하수를 뽑아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는데, 일부 소형 관정의 경우 2주 전부터 작동을 멈추거나 물줄기가 약해졌다고 한다.

이번 가뭄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세차나 가구 내 수영장 사용도 금지했다.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 남부와 중부 지역에서는 다음 달부터 자택 내 세차가 금지되고, 조경용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가 제한된다. 자택 내 수영장과 조경용 분수에 물을 채우는 행위도 금지된다. 3차례 이상 위반할 경우 최대 250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 가뭄 대처 총력전에도 역부족

정부는 현재 가뭄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권재한 식품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시·도,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가뭄대책 추진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4일부터 6일 사이 전국적으로 내린 강우로 지역별·작물별 농작물 생육상황을 긴급 점검하기 위해 마련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비로 대체로 농작물 생육에 많은 도움은 됐으나 강우량이 20㎜ 미만인 인천, 경기, 충남·북, 강원 영서, 전남 서부 등의 지역은 가뭄 해갈에 부족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강수량이 부족한 지역과 천수답, 도서 지역을 중심으로 관정개발, 하천바닥 굴착 등의 급수대책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강우에도 가뭄 해갈이 부족한 지역과 품목 위주로 지난 5일 농식품부가 추가 지원한 급수대책비 22억 원을 집중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가뭄 상황에 대응해 4월 29일 50억 원, 5월 26일 25억 원에 이어 최근 22억 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권재한 실장은 “비가 적게 내린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 상황과 생육 상황을 상시 점검해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급수 활동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가뭄 해소를 위해 지원된 급수대책비가 신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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