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스태그플레이션' 왔나… 1분기 경제성장률 0.6% 그쳐

입력 2022-06-08 11:24 수정 2022-06-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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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치보다 0.1%포인트 하향
민간소비 0.5%·설비투자 3.9%·건설투자 3.9% 감소… 수출만 3.6% 증가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가운데)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황상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가운데)이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2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0.6% 성장에 그쳤다.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는 낮아진 수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뒷걸음친 영향이다.

수출이 버텨줬지만, 이 역시 속보치보다 미끄러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ㆍ투자 뒷걸음… 수출도 속보치보다 하향 조정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 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 4월 26일 공개된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p) 하향조정됐다.

속보치 추계 당시 이용하지 못한 3월의 일부 실적 자료를 반영한 결과, 경제활동별로는 건설업(-1.0%포인트) 등이 하향 조정됐다. 지출항목별로는 건설투자(-1.5%포인트), 지식재산생산물투자(-0.4%포인트) 등이 속보치보다 낮아졌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26일 올해 GDP 성장률 전망을 종전 3%에서 2.7%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분기별 성장률은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2020년 1분기(-1.3%)와 2분기(-3.0%)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3분기(2.3%), 4분기(1.2%)와 2021년 1분기(1.7%), 2분기(0.8%), 3분기(0.2%), 4분기(1.3%)에 이어 이번까지 7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직전 분기보다 0.7%포인트나 떨어졌다.

1분기 성장률을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의류 등 준내구재와 가구·통신기기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0.5% 감소했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위축되면서 3.9% 줄었다.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역시 건물·토목 건설이 모두 감소하면서 3.9% 뒷걸음쳤다.

정부소비는 물건비가 늘었지만, 사회보장 현물수혜가 줄어 작년 4분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유일하게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수출은 반도체·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3.6% 늘었다. 수입은 기계·장비 등을 위주로 0.6% 감소했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건설투자 성장률이 1.5%포인트나 하향 조정됐고, 수출 증가율도 4.1%에서 3.6%로 0.5%포인트 낮아졌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속보치와 달라진 수치에 대해 "속보치 발표 당시 없었던 3월 국제수지, 산업활동동향 통계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건설투자 부문의 차이가 큰데, 1∼2월 부진이 안전관리 기준 강화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3월 자료를 보니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의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분기 성장률에 대한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의 기여도는 각 -0.2%포인트, -0.6%포인트, -0.3%포인트로 분석됐다. 그만큼 소비와 투자가 1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반대로 순수출은 성장률을 1.7%포인트 높였다.

업종별 성장률은 △농림어업 1.6% △제조업 3.3% △전기가스수도업 2.7% △서비스업 0.0% △건설업 -1.6% 등이었다. 서비스업 가운데 숙박·음식점(-4.0%)의 하락 폭이 컸다.

소비 살아나면 2.7% 성장 가능하다지만… 오히려 장기침체 우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매 분기 0.5%씩만 성장하면 지난달 전망한 2.7%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방역조치 완화,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으로 민간소비가 살아나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황상필 국장은 "주요국 성장세 약화로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민간소비가 방역조치 완화나 추경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는 올해 2.7%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7%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5%대의 높은 고물가 속에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은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히려 장기 저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가 계속 늘어나면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는 건데, 자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커지면서 소비 증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2.3~2.4% 성장률 달성을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장기 저성장을 우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중 것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센데다 경기도 꺾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유동성을 회수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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