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분기 성장 후퇴, 뚜렷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입력 2022-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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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겨우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대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및 원자잿값 폭등 등으로 민간소비와 투자가 크게 저조했던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8일 이 같은 1분기 GDP 성장률(잠정치)을 발표했다. 4월 내놓았던 속보치(0.7%)보다 0.1%포인트(p) 낮아졌고, 작년 4분기 성장률(1.3%)에 비해서도 크게 뒷걸음쳤다. 부문별로는 민간소비가 0.5%, 설비투자가 기계류 및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9% 줄었다. 설비투자는 2019년 1분기(-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부진했다. 건설투자 또한 자잿값 폭등으로 3.9%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이 3.6% 늘어 성장을 떠받쳤다. 이에 따라 1분기 성장기여도는 민간소비 -0.2%p, 설비투자 -0.3%p, 건설투자 -0.6%p였다. 순수출은 +1.7%p로 분석됐다.

물가는 치솟는데 성장속도가 확연히 느려지면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전망 또한 비관 일색이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의 3.0%에서 2.7%로 낮췄다. 경기 위축을 공식화한 것이다. 반면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3.1%에서 4.5%로 대폭 높였다. 소비자물가는 3월 4.1%, 4월 4.8%, 5월 5.4%로 오름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6월 6%대로 급등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심각한 상황이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 등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금리인상과 긴축 가속화 등의 중첩된 불확실성이 성장의 하방압력을 키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날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7%, 물가상승률은 4.8%로 제시했다. 작년 말의 성장률 전망치 3.0%, 물가상승률 2.1%에서 성장률은 0.3%p 낮추고 물가는 2.7%p나 올린 수치다. 세계은행(WB) 또한 7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로, 1월 전망했던 4.1%에서 대폭 하향할 것으로 내다봤다. WB는 특히 경기가 가라앉는데 물가는 계속 오르는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했다.

한국 또한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진단이 많다. 경기 후퇴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화하는 양상이다. 경제 악순환의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진다. 경기와 물가 대응을 위한 새 정부의 짐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위기의 태풍 권역에 들고 있다”며 비상한 위기감을 강조했다. 경제의 동력인 수출을 늘리고 투자와 소비를 살리는 과감한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장단기 전략과 함께 기업규제의 혁파, 노동시장 개혁, 경제와 산업구조 개편에 빨리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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