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원숭이두창 백신 국내에선 언제 도입할까?

입력 2022-06-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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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검사 결과 표지 (로이터=연합뉴스)
▲원숭이두창 검사 결과 표지 (로이터=연합뉴스)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다시 감염병 경고음이 울리고 있습니다. 원숭이두창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두창과 증상이 유사하지만 중증도는 낮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감염 후 1~2주 잠복기 후 발열과 두통, 근육통, 림프절 종대가 먼저 나타나고 얼굴과 몸, 손바닥, 발바닥에 수포성 발진이 발생해 다른 부위로 퍼집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월 초부터 유럽과 북미, 중동 지역에서 사람간 밀접 접촉에 의한 원숭이두창 전파가 확인됐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현재 전 세계 31개 국가에서 약 1356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WHO와 각국 보건당국은 역학조사에 돌입했고, 감염 차단을 위해 원숭이두창 예방백신 접종을 본격화했습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는 8일자 기사를 통해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고 전했습니다. 8일 스페인도 백신 접종 시작을 선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도 9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예방백신 접종 권고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 대상자는 기존 감염자의 밀접접촉자나 중증질환 등 고위험군입니다. 프랑스와 덴마크도 의료진과 밀접 접촉자에 백신 접종을 권고하기로 했죠.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은 기존 백신 비축분에 더해 물량 확보에 나섰고, 독일도 4만 회분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접종 백신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의 3세대 사람 두창 백신 ‘진네오스(Jynneos, 미국명)’로, 유럽에서는 ‘임바넥스(Imvanex)’, 캐나다에서는 ‘임바뮨(Imvamune)’으로 불립니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허가됐고, 캐나다에서도 승인됐습니다. 유럽에서는 허가외 사용(오프라벨, off-label)이 가능하며 유럽의약품청(EMA)은 원숭이두창 예방용 사용을 검토 중입니다.

(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출처=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고유 백신은 없습니다. 1~4세대까지 사람 두창 백신을 원숭이두창 예방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WHO와 영국 보건안전청(UKHSA), 미국 CDC 등에 따르면 사람 두창 백신은 원숭이두창에 85% 정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기존 1~2세대 백신은 접종 금기 대상이 많고, 부작용 우려와 까다로운 접종 방법 등의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반면 세포생물학적 방법이 적용된 3세대 백신은 중증 이상반응을 개선했고, 1~2세대에 비해 중화항체 유도 능력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4세대 백신은 특정 유전자를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의도적으로 조작해 항원성은 유지하고 병원성을 낮춘 백신으로, 아직 연구단계입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는 생물테러대응과 국가공중보건 위기 상황 대응 목적으로 2세대 사람 두창 백신 3502만 명분(도즈)이 비축돼 있습니다. 보관 백신은 HK이노엔이 개발한 ‘이노엔세포배양건조두창백신주(Cell Culture Dry Smallpox Vaccine)’입니다. 현재 HK이노엔은 3세대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늘고 있어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둘러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KMI) 상임연구위원은 “3세대 백신은 기존 백신보다 안전성과 효과성이 크게 개선됐고 접종금기 대상이 거의 없어 국내 도입 시 원숭이두창 예방에 효과적으로 사용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부도 원숭이두창 2급 법정감염병 지정, 3세대 백신 ‘진네오스’ 도입 결정 등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원숭이두창이 법정 제2급감염병으로 지정됨에 따라, 감염 환자에 대한 치료 및 격리 의무가 부여됩니다. 또한 질병청은 지난 9일 ‘진네오스 도입’ 관련 출입기자단 질의에 “현재 제약사와 협의중인 사항이다. 추후 확정되면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하겠다”면서 진네오스 도입 결정을 공식화했습니다.

접종 대상과 범위도 정해야 합니다. 신 상임연구위원은 “원숭이두창은 밀접 접촉이 아니면 사람 간 전파가 쉽게 일어나지 않으며, 백신 안전성·비용효과성을 고려했을 때 원숭이두창이 국내에서 유행한다고 할지라도 전 국민 예방접종은 적절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접종 방식으로 '링 백시네이션(ring vaccination, 포위접종)’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현재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과 캐나다, 영국도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네이처 8일자 보도에 의하면 ‘포위접종’은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사람의 밀접 접촉자들에 투여하는 백신 접종 전략입니다. 즉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주변에 반지(ring) 모양의 방어벽을 구축함으로써, 지역사회 유행을 막는 정책입니다.

이와 함께 치료제 확보에도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신 상임연구위원은 “테코비리마트(tecovirimat, TPOXX, 티폭스)는 두창 치료에 대해 미국 FDA, 유럽 EMA, 캐나다에서 정식 승인을 받았고 원숭이두창 치료에 대해 유럽 EMA 승인을 받았다”면서 “고가의 약이지만 해외에서는 대량 비축 중으로 우리나라도 두창 및 원숭이두창 환자 발생에 대비해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제공=질병관리청)
(제공=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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