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먹다 체하겠다”…금값된 육류

입력 2022-06-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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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료용 곡물가 폭등 탓
삼겹살 100g 평균 가격 3990원…한달 전보다 23% 상승
쇠고기, 닭고기 가격도 고공행진…축산ㆍ유통업계도 ‘고민’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전 품목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료용 곡물 가격이 치솟은데 따른 영향이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외식이 증가하면서 고기 수요가 상승한 것도 육류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데다 곡물 수급이 당분간 정상화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육류 가격 역시 언제 진정될지 미지수다.

12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삼겹살 100g 평균 가격은 3990원이다. 1년 전인 작년 5월 말(2944원)에 비해 36% 증가했다. 한 달(3243원) 전과 비교해도 23%나 상승했다.

다른 육류 가격도 고공행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0일 참가격 기준 쇠고기 등심(1등급, 100g) 평균 가격은 1만4019원으로 지난해 5월 말(1만2458원)보다 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하림 토종닭백숙(1.05㎏) 평균 가격은 24% 증가한 1만2676원을 기록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 가격이 일제히 오른 이유는 사료 제조에 쓰이는 곡물 가격이 폭등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곡물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밀은 전 세계 수출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옥수수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세계 4위, 6위 수출국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 거래된 옥수수 가격은 이달 기준 톤당 293.88달러이다. 작년 같은 기간 264.72달러와 비교해 11%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밀 최대 생산지 중 한 곳인 미국의 올해 밀 생산량은 가뭄 등 기후위기 영향으로 예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국내 외식 수요 증가도 고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출근, 학교 수업 등 외출 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삼겹살, 한우 등 고깃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육류 가격이 자연스레 올랐다는 것이다.

육류 가격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곡물 수급이 언제 정상화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축산업계는 깊은 시름에 빠졌다. 악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축산업자들이 입는 손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돼지 생산비는 전년보다 10만 원 이상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돼지 농가 중 약 30%가 도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유통ㆍ외식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업계는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건비ㆍ재룟값 상승 등을 이유로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교촌치킨과 bhc,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마리당 2000원가량 이미 올린 상태다. 최근 급등한 재룟값을 반영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품 가격에 재료 가격 인상분을 최대한 반영해야 하지만, 소비자 저항 등을 감안할때 가격 인상 조치를 함부로 취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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