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무지성’에 기댄 권리락 투자

입력 2022-06-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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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2부 차장

각종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 흔히 쓰이는 신조어가 있다. ‘무지성’이라는 단어다. 무지성의 한자는 ‘無知性’이다. 뜻 그대로 풀이하면 지성이 없다는 말이다. 지성의 사전적 의미는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해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直觀), 오성(悟性) 따위의 지적 능력을 통틀어 이른다’는 뜻이다.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맹목적이거나 본능적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 지적인 사고에 근거해 그 상황에 적응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심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무지성의 유래는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정체불명의 식인종 거인들과 인류가 싸우는 내용을 담은 작품인데, 거인 중 지성을 겸비한 종과 지성이 없는 종이 있으며 후자의 경우를 ‘무지성 거인’이라고 지칭했다. 본능에 충실해 이성적인 판단을 못 하고 파괴를 일삼는 거인들을 빗댄 말이다. 무지성은 전 정권과 관련해 정치적인 글에서 많이 사용됐으며 이후 인터넷 게임과 커뮤니티에서 지성이 없는 사람, 개념이 없는 사람으로 부정적 의미의 밈(Memeㆍ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신조어와 사진 등의 통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의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무지성 거래 행태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특히 무상증자 결정과 그에 따른 ‘권리락 착시 효과’에 기댄 투자가 그러하다. 코스닥 상장사 노터스가 역사상 유례없는 보통주 1주당 신주 8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하면서 불러일으킨 열풍이 권리락 투자를 하나의 테마로 자리 잡는 데 일조했다.

무상증자는 별도의 주식 대금을 받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새로 주식을 찍어내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보통주 1주당 1주 미만의 신주를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신주 1주를 배정하는 것만 해도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벤처기업인 노터스는 무려 8주의 신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해 관련 공시 당일 25%가량 급등한 데 이어 일주일여 만에 주가가 두 배가량 뛰었다. 이후 차익 매물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했던 주가는 31일 권리락 적용 이후 6월 9일까지 무려 6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이변을 낳았다.

권리락으로 기준가가 7730원으로 낮아져 주가가 일시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 영향이었다. 권리락은 신주 배정기준일이 지나 신주인수권 권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기존 주주와 새로운 주주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시초가를 일정 기준에 따라 인위적으로 낮춘다. 전날까지 7만 원 언저리에 있던 주가가 1만 원 아래서 기준가가 정해지자 개미들의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후 4연상을 기록하는 중에도 개미의 매수세는 여전했다.

이전에도 무상증자 등에 따른 권리락 효과에 주가 급등 양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노터스의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이후 여타 상장사에 권리락이 적용되기만 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뒤따랐다. 마치 일종의 테마주처럼 권리락이 적용되면 급등할 거란 기대 심리가 굳건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권리락, 무상증자는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는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단지 주가가 낮아 보이는 착시 효과만 있을 뿐이다. 대다수는 주가가 치솟은 후 제자리를 찾아갔다. 운에 기댄 무지성 추매가 아닌 합리적 판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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