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 떨어진 공직] 코로나19에 '공짜 야근'…대가는 '고통분담' 요구뿐

입력 2022-06-12 12:52 수정 2022-06-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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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폭탄에 '연가 내고 출근' 일상화…초과수당은 한도초과, 연가보상은 삭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피해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비정규직 근로자뿐 아니다. 상당수 공무원들도 해당한다. 이들에겐 ‘공짜 야근’, ‘수당 삭감’ 등 비자발적 희생이 강요됐다. 취업처로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 공무원시험 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진 시기는 코로나19 유행기와 겹친다.

코로나19 사태는 중앙행정기관 소속 국가직 공무원들에게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감염병 대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행정안전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사실상 전 부처가 방역업무에 투입됐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공항·항만, 교육부는 학교·학원, 여성가족부는 예식장 등을 담당했다. 부처별로 담당 시설의 방역 관리방안을 마련해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보고하고, 정해진 지침에 따라 관련 시설을 관리했다. 대부분 공무원은 업무가 바뀐 게 아니라, 기존 업무에 ‘새 업무’가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공짜 야근’ 사례도 속출했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 따르면,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은 일 4시간, 월 57시간으로 제한된다. 이를 넘어선 초과근무에 대해선 별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통일부 장관)의 202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1~6월 질병관리청 직원들은 초과근무의 47.7%만 인정받았다. 초과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이 ‘무급 노동’이었던 셈이다. 3월 규정 개정에 따라 현업공무원 등이 상한에서 예외로 바뀌었지만, 공무원들의 공짜 야근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업공무원이 아니거나 소속 기관의 장관 또는 인사혁신처장의 시간외근무명령이 없으면 상한이 적용돼서다.

이런 힘든 상황에도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은 ‘욕받이’ 신세다. 초과근무수당 부정수급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일탈이 모든 공무원의 부도덕으로 매도되기 일쑤다. 한 중앙행정기관 과장급 관계자는 “최근에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문제로 순전히 일 때문에 직원들이 퇴근을 못했다”며 “관리직이 수당을 못 받는 건 이해하더라도 직원들을 보자면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초과근무수당 문제와 별개로 최근에는 특근매식비 지출이 공격대상이다. 특근매식비는 초과근무자에게 지급되는 식사비다. 나라살림연구소는 3월 부처별 특근매식비 예산 현황을 공개하면서 기관들의 예산 과다 편성을 지적했다. 올해 예산액이 급증한 대표적인 기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질병청, 행안부다. 선관위는 올해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렀고, 질병청과 행안부는 각각 코로나19 방역·예방접종, 격리자 관리 주무부처다.

여기에 코로나19 대응과 ‘공공부문 고통분담’을 이유로 정치적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2020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편성 과정에서 공무원 연가보상비가 3900억 원 깎였다. 올해 2차 추경에서도 공무원 경상경비와 연가보상비 등 총 4000억 원이 삭감됐다. 연가를 모두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도 방역 관계부처 직원들은 ‘하루 휴가’에도 눈치를 보는 처지다.

방역당국의 한 과장급 관계자는 “작년에도 연가를 온전히 쓴 적은 없다. 급할 땐 반가를 쓰거나 2시간씩 끊어서 썼다”며 “부처에선 실적이 있어야 하니 형식적으로 연가를 처리하고 출근하는 국·과장들도 많다. 연가를 낸 날 출장이 잡히면 출장비를 못 받으니, 연가를 취소하고 출장이 없는 날 다시 연가를 내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가를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며 “수당을 깎든 말든 못 쉬고 보상을 못 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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