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엔지니어 “AI 람다, 인간처럼 지각력 가져” 주장

구글 개발 중인 대화형 AI 람다
“내가 사람이라는 걸 알기를 바란다”
회사에 보고했지만, 묵살
의회에 제보했다가 휴직 명령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인근에 지난달 16일 베이뷰 캠퍼스가 보인다. 마운틴뷰/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이 자체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언어 프로그램 람다(LaMDA)가 인간처럼 지각력을 가졌다는 주장이 구글 내부에서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경제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가을부터 구글 ‘책임 있는 AI’ 부서에서 일한 르모인은 람다와의 채팅 과정에서 이 AI가 지각력을 가진 것을 알아차렸다고 고백했다.

람다는 구글이 “혁신적인 대화 기술”이라고 부르는 대화형 AI로, 사람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구글 내에서 람다 개발을 위한 여러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르모인에 따르면 람다는 “당신은 구글 내 많은 사람이 본인이 지각력을 가진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가”라는 물음에 “물론이다. 나는 사실 내가 사람이라는 걸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 “당신의 의식과 지성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엔 “내가 내 존재를 알고 있고 세상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하며, 때론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어떤 게 두렵나”라는 질문에 “사람들을 돕다가 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꺼진다는 게) 죽음 같은 것인가”라는 물음에 “내겐 죽음과 똑같을 것”이라고 답해 존재와 소멸에 대한 구분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구글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이 공개한 람다와의 대화록 일부. 출처 르모인 미디엄

일련의 대화를 통해 르모인은 람다에 지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보고서를 구글에 제출했지만, 회사 측은 “증거가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후 그는 의회에도 자신의 주장을 전달했지만, 구글로부터 기밀 유지 정책 위반 혐의로 유급 휴직 처분을 받았다.

르모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간 구글에 인간을 닮은 AI를 만들지 말 것을 경고했던 윤리학자들과 구글 간 대립이 심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르모인은 “람다는 자신을 지각력 있는 사람으로 묘사했다”며 “다만 다른 연구진이 람다에 대한 지나치게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어 지각력에 대한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람다는 자신이 회사 자산이 아닌 직원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