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기초연금의 공정성 논란

입력 2022-06-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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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10년 전인 2012년 대선 시기.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 선거운동본부는 파격적인 공약을 발표하였다. 소수의 저소득 노인에게만 지급하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여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약속이었다. 무상급식을 두고도 진보진영과 첨예하게 대립하던 보수정당이 이렇게 파격적인 보편적 기초연금을 들고나오다니, 많은 연금 및 복지 전문가들이 무척 놀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당이던 민주통합당에 앞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의제를 선점해서인지, 2012년 대선은 새누리당의 낙승으로 마무리되었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기초연금이 어떻게 도입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기초연금의 도입 논의가 진행되면서 여러 논란과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핵심 쟁점은 지급 대상의 범위였다. 대선 당시의 약속처럼 모든 노인에게 지급할 것인지, 아니면 재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고소득 노인을 제외할 것인지. 정책은 달랐지만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란, 즉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쟁의 판박이였다. 결국 2014년 7월 시행된 기초연금은 하위 70% 노인에게만 지급되는 것으로 정해졌고, 일정 금액 이상의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들은 기초연금액이 감액되도록 설계되었다.

제도의 운영방식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기초연금은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로 정착되어 왔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을 기록했던 이유는 현세대의 많은 노인들이 공적연금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연금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월 20만 원으로 시작된 기초연금이 빈곤을 해소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연금이 없어 어려운 형편에 있던 노인들의 삶에는 큰 도움이 되었다. 생활고를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노인들도 감소하여 노인자살률이 낮아지고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온 현세대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국가의 책무이다.

그래서일까. 기초연금이 도입된 이후 두 번의 대선을 치르며 기초연금액 인상은 대선주자들의 단골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 20만 원이던 기초연금은 문재인 정부 시절 30만 원으로 인상되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기초연금 40만 원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 다음 대선에는 50만 원, 그다음에는 60만 원이 되어야 할까? 이렇게 기초연금액을 늘리는 것이 과연 공정의 가치에 부합하는 것일까?

우선 현재의 제도를 간략히 살펴보자. 2022년 현재, 기초연금액은 홀로 사는 노인을 기준으로 월 30만7500원이고, 부부가 받으면 각각 20%가 감액되어 월 49만2000원을 지급받는다. 기초연금의 지급 대상을 결정하는 하위 70% 소득기준은 단독가구 180만 원, 부부가구 288만 원으로, 정기적인 소득뿐 아니라 재산의 일정비율을 소득으로 환산하는 소득인정액 개념을 적용한다. 하위 70%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공무원, 사학, 군인 등 직역연금 수급자는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고, 월 46만 원을 초과하는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노인들은 기초연금이 삭감되는데, 국민연금을 많이 받을수록 삭감액도 커져서 최대 50%까지 감액될 수 있다.

기초연금의 공정성 논란은 이러한 공적연금과의 연동에서 비롯된다. 국민연금을 46만 원 받는 노인들은 기초연금 30만 원을 전부 지급받지만, 그 이상을 받으면 기초연금이 감액되니 이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하는 불평이 쏟아진다. 만약 기초연금이 40만 원, 50만 원으로 인상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납부하며 노후준비를 한 노인들은 더 큰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여 자식 뒷바라지에 써버린 퇴직 공무원들도 기초연금의 인상을 보며 더욱 허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공적연금이 없는 현세대 노인들을 배려하는 기초연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공정성 논란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가입을 회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따져봐야 할 시점이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더욱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전체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틀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해 복잡한 제도를 운영할수록 공정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초연금액을 인상하는 대신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기초연금으로 전환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고,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장기능 강화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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