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불만에도 공무원 처우 개선에는 걸림돌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혐오다. ‘철밥통’ 이미지가 강해 소방·치안·사회복지 등 필수인력 증원에도 여론의 반감이 심하다. 따라서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해선 공직사회의 신뢰 회복이 선결조건이다.
공직 혐오의 배경 중 하나는 정치권의 ‘적폐 몰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견제와 비판인데, 정치권은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공직자들을 비판·감시하기보단 선거 등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공직자들을 몰아세운다”며 “공직을 적폐로 모는 정치풍토가 불신을 조장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홍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공직을 몰아세우는 게 유행이 된 게 5공 청문회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당시 권력기관인 행정부에 저항하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지적하면서 국민의 속을 시원하게 했다”며 “그게 타당했던 건 그때뿐이다. 지금의 행정부와 공무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도 아니고, 그들을 몰아세우는 게 ‘사이다’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 정치인들의 공직 ‘적폐 몰이’는 우월감에 기반한 것일 수 있다”며 “어른이 아이를 혼내듯 호통치고 통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원론적인 해법은 삼권분립 취지에 맞는 상호 균형과 견제다. 현재는 대통령과 여당, 정치인 출신 장관이 한 몸이 돼 공직사회를 몰아세우면 공직자들은 저항할 힘이 없다. 항상 불이익을 보는 쪽은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들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분리될 수 없다는 가정하에, 정치인들의 각성과 양보 외에는 공직사회를 대상으로 한 적폐 몰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공직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 교수는 “국민이 힘들어도 공무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정부가 일하는 방식이 경직적이라 다양한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을 것”이라며 “철밥통이란 이미지는 일정 부분 공무원들이 자초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직적인 관료문화 개선도 해묵은 과제다. 류 교수는 “과거 안정적인 직장, 평생직장을 바랐다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직업관이 많이 바뀌었다”며 “카르페디엠(carpe diem·현재를 즐겨라) 같은 문화가 하나의 정체성이 되면서 경직적이고 통제적인 조직문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성 하나만 보자면 공무원은 여전히 훌륭한 직장이지만, 최근에는 공직을 하나의 ‘경력 쌓기’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청년도 늘고 있다”며 “공직문화도 시대 변화에 맞춰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