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낀낀낀’ 세대...어느 중년의 작심 발언

입력 2022-06-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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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연령대에 ‘가장 불운한 세대는 어느 세대일까’라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우리 세대”라고 한다.

할머니·할아버지로 불리는 70~80대는 육이오 동란에서 구사일생해 폐허 속에서 한국을 재건하느라 고생했고, 60대는 그런 부모의 고생을 목도하면서 자녀와 부모를 부양하느라 허리가 휘었는데, 이젠 자신의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40~50대도 할 말은 많다. 이력서만 넣으면 취업이 가능했던 고도 성장기, 무난하게 사회 진출에 성공했지만 갑작스레 터진 외환위기로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하에 들어가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거나 장기 불황으로 취업과 결혼이 모두 미뤄지면서 변변하게 이룬 것 없이 중년이 됐다.

20~30대도 불운한 것으로 치면 만만치 않다. 사회에서는 ‘MZ세대’라고 특급대우를 해주는 듯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진과 취업난, 부동산 가격 폭등, 치열한 경쟁 분위기로 삶이 녹록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날에 안개가 자욱하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세대의 불운은 명함도 못 내민다. 적어도 목숨 부지하고 입에 풀칠은 하니까. 1580년대에 태어난 선조들을 보자. 이들은 10~20대에 임진왜란을 겪었고, 30대가 되어선 광해군의 동시다발 궁궐 건립 공사에 강제 동원되었고, 만주로 끌려가 후금과의 ‘사르후 전투’에서 명나라, 여진과 연합해 싸우다 대거 목숨을 잃었다. 40대가 되어선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 정묘호란을 겪었고, 50대에는 병자호란 등 난세란 난세는 전부 경험했다.

물론 우리도 ‘이번 생은 처음이라’ 할 말은 있다. ‘아프니까 청춘’, ‘아프지도 못하는 중년’, ‘죽을 수도 없는 노년’. 지금을 사는 모든 세대가 ‘사는 게 고통’이라고 몸부림친다. 나도 다르지 않다. 지금의 40대가 겪은 사연이란 사연은 다 겪고 늦게 가정을 꾸렸지만, ‘무자녀·무주택·무부양’ 3무(無) 세대(世帶)라 나라에서 주는 복지 혜택이란 혜택에서 모두 소외된 서러운 싱글이나 다름없다.

그 뜨거웠던 20대 대선 캠페인 열기 속, 대부분의 후보가 온갖 달콤한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유혹했다. 이대남·이대녀 쏠림이 심했다. ‘중년’을 위한 공약은 어디에도 없었다. 민생이 최우선이라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아이, 청소년, 청년, 엄마아빠, 어르신, 장애인, 심지어 반려동물 공약까지 챙겼건만…. 중년은 ‘개냥이’만도 못하다는 건가!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되고, 나라가 잘돼야 국민을 살 찌운다는 거시적 논리로도 ‘민생 대책에서 소외됐다’는 서러움은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한 달. 당분간 표심 경쟁은 없다. 굳이 말도 안 되는 선심성 공약 남발과 터무니없는 아무 말 대잔치로 유권자의 시선을 끌어야 할 필요도 없다. 모든 국민에게 공정하고 상식적인 일상을 돌려주면 된다.

윤 정권은 미래의 유권자, 말 많은 유권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이제는 조용한 유권자들도 돌아봐 주길 바란다. 소셜미디어에서 확성기로 여론을 조성하지도, 나 좀 봐 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 그저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포지션을 지켜온 중년 말이다. 특히 ‘엄마아빠가 아니어도’, ‘엄마아빠가 없어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챙겨주는 나라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 경제 허리를 떠받치는 중년을 위한 주거, 일자리, 금융 등 촘촘하고 두툼한 복지가 이뤄져야 윗대와 아랫대의 중간 버팀목 역할을 끝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우리에게도 사회에서의 소용이 다해 자력갱생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막상 닥치면 ‘100세 시대 인생 2~5모작’,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스무 살’ 같은 수사들이 우스워질 만큼 혹독한 노년이 될지도 모른다. 국민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건강보험료는 끊임없이 오르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모아놓은 돈은 쥐꼬리. 현재 상황만 보면 중년의 노후가 불을 보듯 뻔하다.

세금을 내는 보람, 소외를 참아주는 보람, 기꺼이 호구가 되어주는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만날 하는 일이라곤 쌈박질뿐인 ‘4류 정치’에 이런 엄청난 기대를 해도 되겠느냐마는 ‘오죽하면 이럴까’ 하는 심정으로 주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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