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민첩한 대응 공언...시장 신뢰 회복도 필요
자이언트스텝 전망 93% 달해
일각서 1%포인트 인상까지 전망
미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4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가 시장에 충격을 더하면서 연준의 과감한 긴축 행보에 무게가 실린다. 심지어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넘어 금리를 1%포인트 올리는 극단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떠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두고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93.0%에 달했다. 전 거래일인 6월 10일의 23.2%에서 4배가량 급등했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 건 잇단 경제지표 충격 때문이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은 5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6.6%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4월 6.3%에서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13년 6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였던 3월 수치와 같았다.
예상을 뛰어넘은 기대 인플레이션은 앞서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함께 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해 41년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CPI와 기대 인플레이션, 두 지표는 연준의 불안을 자극함과 동시에 과격한 긴축 행보에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당초 연준은 기준금리를 5월 0.5%포인트 인상하면서 6월과 7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경제지표를 보고 대응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연준은 ‘민첩(nimble)’이라는 표현을 통해 상황에 따라 긴축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뒀다.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이 예상을 벗어났고, 민첩한 대응을 공언한 만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빅스텝 대신 자이언트 스텝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제프리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은 시장을 놀라게 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명분을 제공한다”며 “최근 경제지표는 연준의 0.75%포인트 인상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힌 상황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의 신뢰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도 급격한 금리 인상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1970년대 실수를 피하기 위해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인플레이션과 임금인상 기대감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물가가 더 치솟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자칫 시장 심리가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겨 물가가 더 뛰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연준이 이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들도 “연준이 신뢰를 회복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앞설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한발 더 나아간 전망도 있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는 파격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산하 G10FX는 “연준이 물가에 뒤처지고 있다는 시장 인식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0.5%포인트는 6개월 전만 해도 버거운 수준이었지만 현재 0.75%포인트는 물가를 잡기 모호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충격요법 전망에 미 국채 단기 금리가 급등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362%로, 2년물 국채는 3.366%로 마감했다. 통상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