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씨는 그린다, 성장한다... 다큐 '니얼굴'이 보여준 희망

입력 2022-06-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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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다큐멘터리 '니얼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인공 정은혜 작가 (박꽃 기자 pgot@)
▲15일 다큐멘터리 '니얼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주인공 정은혜 작가 (박꽃 기자 pgot@)
제가 엄청 좋은 가봐요. 아우 참, 진짜. 골치 아파요. 그놈의 인기가~!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다운증후군 예술가 정은혜 씨가 턱을 팔에 괴고 능청스럽게 대사를 내뱉자 객석에서 화사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15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니얼굴’ 언론시사회는 스크린을 주름잡는 정은혜 씨의 유머 감각으로 시종 유쾌한 분위기였다.

▲배우 한지민과 함께 촬영한 정은혜 작가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캡처)
▲배우 한지민과 함께 촬영한 정은혜 작가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 화면 캡처)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지민 언니로 특별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정은혜 씨는 사실 2016년부터 경기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셀러로 참석해 캐리커처를 그려온 예술가다.

“그림 그려 주시는 건가봐.”

“네, 니 얼굴!”

샤프심 끝에서 완성되는 단순한 듯 독특한 그림체가 손님들의 관심을 끌자 정은혜 씨는 “네, 니 얼굴!” 하고 외치며 악의 없이 귀여운 언어 감각으로 주변을 웃음 짓게 한다.

정은혜 씨는 4000건의 캐리커처를 직접 그려 모은 돈으로 개인전을 열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장애인 출근길’을 소재로 한 그림책 작업 계약을 맺는다.

▲'니얼굴' 정은혜 작가가 그린 그림 ((주)영화사 진진)
▲'니얼굴' 정은혜 작가가 그린 그림 ((주)영화사 진진)

‘니얼굴’은 그림을 그릴수록 커리어도, 인생도 한 뼘씩 더 성장하는 다운증후군 예술가의 여정을 밝고 즐겁게 다룬다.

상영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정은혜 씨는 드라마 출연에 연이은 영화 개봉 소감을 묻자 “드라마 촬영은 긴장감 없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선배님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추억을 만들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반복적으로 일상을 촬영했던 ‘니얼굴’을 두고는 “너무 몇 번씩 (촬영)해봐서 좀 지루했다”며 웃었다.

정은혜 씨는 처음 경험하는 영화 기자간담회에 평소보다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끝없이 그림을 그리게 한 원동력을 묻자 명료하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관심을 보여주고 좋아해줬어요. 많이 그려서 그림이 더 늘었죠. (현장에서 채 마무리를 못하면) 우편도 보내줬어요. (그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어요.
▲15일 '니얼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차현실 작가, 정은혜 작가, 서동일 감독 (왼쪽부터) (박꽃 기자 pgot@)
▲15일 '니얼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차현실 작가, 정은혜 작가, 서동일 감독 (왼쪽부터) (박꽃 기자 pgot@)

‘니얼굴’ 제작에는 정은혜 씨 가족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 어머니인 장차현실 작가가 프로듀서 역을 맡았고, 장 작가와 혼인한 서동일 감독이 연출을 맡는 등 지원이 뒤따랐다.

장 작가는 “처음부터 영화를 만들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서 감독이 우리 가족의 일상을 영상으로 담았는데, 그중에서 내 부분을 빼 보니 온전히 독립적인 은혜의 모습이 나오더라. 내가 ‘좋은 엄마인 척’하면서 은혜를 장애인 딸로만 인식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또 “은혜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은혜들이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때문일 것이다. 고정관념에 쌓인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 존재 자체를 그대로 바라보는 전환을 끌어내려는 의도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 하면 떠오르는 통상적인 어려움이나 가족 간 갈등 장면 역시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지만, 서 감독은 그 부분을 과감하게 덜어냈다.

대신 정은혜 씨의 당돌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강조하면서 그의 성취를 다루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니얼굴’을 완성했다.

▲'니얼굴'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니얼굴' 스틸컷 ((주) 영화사 진진)

서 감독은 “지금까지 장애를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들이 많았지만, 장애인은 주로 의존하고 그들을 보살펴야 하는 부모나 형제는 힘들어하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다”고 짚었다.

또 “‘니얼굴’에서는 내가 은혜 씨를 볼 때 느끼는 위풍당당함, 위트, 자존감을 잘 녹이고 싶었다. 예술을 도구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해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는 당당한 모습을 표현하고, 기분 좋게 영화를 본 관객이 은혜 씨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편집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에 연이어 다큐멘터리 ‘니얼굴’이 개봉하는 것을 두고는 “은혜 씨의 외모, 표정, 말투가 사랑스럽고 귀엽고 매력적인 요소로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 너무 반갑다. 은혜 씨 뿐만아니라 세상의 모든 발달장애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니얼굴’은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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