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그 여배우가 누구야?”…비뚤어진 호기심, 2차 피해 낳는다

입력 2022-06-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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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배우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수차례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여배우 A씨는 14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 로비에서 30대 남편 B씨에게 피습됐습니다. A씨는 목에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B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가정폭력 사건인 데다 연예인 이슈다 보니 관심과 우려가 뒤섞여 나타나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2차 피해입니다. 현재 해당 배우의 정체를 둘러싼 추측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추측성’ 실명 찾기...2차 피해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5일 포털 사이트에는 ‘40대 여배우’ 키워드와 함께 연관 검색어로 특정 배우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이 각종 언론이 묘사한 40대 여배우를 단서 삼아 상황이 비슷해 보이는 배우들을 많이 거론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증권가 지라시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특정 배우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맞냐”, “아니다, ○○○이다” 등 실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난무하는 분위기죠.

물론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실명이 거론되는 배우들도 명확한 사실이 아닌 의견을 바탕으로 언급됐습니다. ‘40대 여배우’라는 점과 자택 위치 등 몇 가지 정보만으로 “○○○ 아니야?”와 같은 추측을 하는 게 전부입니다.

이 같은 추측은 왜곡된 관심에 가깝습니다. 2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배우들 이름이 오르내리며 이들에게 불똥이 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도 사건과 상관없는 배우들 이름이 거론되며 마치 사실인 것처럼 내용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몇몇 연예인들이 당혹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주변인들의 걱정을 사는 등 불편함을 겪으며 소문에 대한 반박 또는 해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도 넘는 ‘2차 가해’...신상 보호 필요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또 이들의 자녀는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만큼 이번 사건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40대 여배우’를 둘러싼 신상 보호가 더욱 필요한 실정입니다. 사건을 둘러싼 루머와 추측이 커질수록 아이에겐 더 큰 상처일 테니 말입니다.

사건 당사자에게도 신상 보호는 중요합니다. 사건과 관련 없는 이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도 문제지만, 실명이 알려지기 싫을 수 있는 피해 당사자에게도 ‘피해자 찾기’는 2차 피해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도 피해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2차 피해를 유발했던 사례가 많습니다. 일명 ‘정준영 황금폰 단톡방’이 세상에 공개됐을 때도 ‘정준영 리스트’가 지라시 형식으로 퍼지면서 관련 연예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외에도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서지현 전 검사의 미투 사건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 성폭력 피소 사건 당시에도 2차 피해가 쏟아졌습니다. 댓글 창은 2차 가해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온라인상에 신원이 노출돼 2차 가해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를 향한 인권 침해성 댓글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 공개, 낙인찍기 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2차 가해 부추기는 언론

문제는 언론이 교묘하게 2차 가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언론들은 기사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공개해 호기심을 부추깁니다. 이번 사건에서 A씨가 몇몇 배우들로 특정된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또 언론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떠도는 루머 등을 유통해 피해자를 향한 의심을 부추기거나 신상을 특정하기도 합니다. ‘루머의 사실 여부’를 보도하는 게 아닌 ‘루머가 돈다는 사실’ 그 자체를 보도하면서 말이죠. 이는 향후 기사 하단에 피해자를 향한 악성 댓글이 달리면서 더 큰 피해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모든 사건의 중심이 ‘피해자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는 개인 정보를 공개할 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박인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2차 가해 행위에 대한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그저 호기심이나 괴롭힘을 목적으로 신원을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에도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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