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세계 최정상’ BTS도 꼬집었다...K팝 아이돌 시스템 문제

입력 2022-06-1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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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데뷔 9년 만에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던진 말이다. 세계 최정상에서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며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정작 아티스트들은 인간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박탈 당하고 있다며 허탈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방탄소년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 K-팝 그룹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방탄소년단은 14일 오후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해이해지고, 쉬어도 앞으로의 더 많은 시간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며 활동 중단 소식을 직접 전했다.

리더 RM은 “‘다이너마이트’(Dynamite)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Butter)랑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다”며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인간으로서 10년 전이랑 많이 달라졌다”며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뒤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다음에, 그것들이 숙성돼서 내 것으로 나와야 하는데 10년간 이렇게 방탄소년단을 하며 물리적인 스케줄을 하다 보니 내가 숙성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RM은 “랩 번안하는 기계가 됐고,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며 “(우리 팀이) 방향성을 잃었고, 생각한 후에 다시 좀 돌아오고 싶은데 이런 것을 이야기하면 무례해지는 것 같았다. 팬들이 우리를 키웠는데 그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게 돼 버리는 것 같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슈가도 “가사가,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언제부턴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었다.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처=방탄소년단 유튜브 캡처
▲출처=방탄소년단 유튜브 캡처

세계 최고의 스타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 돌볼 틈 조차 없었다는 이들의 고백에 한국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데뷔 전 연습생 생활까지 포함하면 BTS는 십수 년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사생활은 물론 음악활동까지 통제당해왔다. 소속사가 이들의 개인 활동을 용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활동을 중시한 소속사의 정책으로 인해 이들의 공식적인 개인 활동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금까지 솔로 음악 활동은 정식 음반이 아닌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 형태로만 선보여왔다. 이 때문에 정작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는 멤버들의 솔로곡을 들을 수 없었다. 이 또한 활동 중단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하이브가 이번 팀 활동 중단의 원인이 아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사진제공=쏘스뮤직
▲사진제공=쏘스뮤직

이런 문제들을 방탄소년단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K팝 산업이 발전할수록 아이돌 산업 또한 커지고 있고, 수많은 그룹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부족하다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한국 연예계를 생존 싸움을 벌이는 영화 ‘헝거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한국 연예계는 높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노동환경에서 모든 동료가 경쟁자고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아이돌 멤버들 간의 불화설로 인한 문제도 아이돌 양성 시스템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그룹 에이프릴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멤버들 간의 ‘왕따 논란’이 불거졌고, 이미지가 훼손되며 결국 해체를 선택했다. 팀워크가 중요시 생각되는 아이돌 그룹 내에 불거진 불화 의혹은 불같이 번졌고, 끝내 에이프릴은 명예 회복을 하지 못하고 데뷔 7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마무리를 지었다. 에이프릴에 앞서 2012년 티아라, 2020년 AOA까지 아이돌 그룹들의 ‘팀 내 왕따’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심리상담가 김동철은 SBS ‘본격연예 한밤’을 통해 “가해자, 피해자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와의 갈등, 개인의 트라우마 문제, 아티스트로서의 열등감 문제가 다 섞여있다”고 꼬집었다.

아이돌로서 성공만을 강요하다 보니 인성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이돌 ‘학폭 논란’은 잊을만하면 터지는 수준이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피해 사실을 밝히고 있다. 피해자들은 연예인이 된 가해자들을 TV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마주쳐서 힘들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오래전 있었던 학교 폭력 사건들은 명확한 증거가 남아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 진실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아이돌은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리면서도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교 폭력 논란 사태에 대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검증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방탄소년단과 같은 소속사 걸그룹 르세라핌도 멤버 김가람의 학폭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여자)아이들 수진은 그룹 탈퇴에 이어 전속계약 해지까지 했고, 스트레이키즈 현진은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인정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하며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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