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구미 3세 여아 사건’ 파기환송…대법 "바꿔치기 증거 부족"

입력 2022-06-16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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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 석모 씨.  (뉴시스)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친모 석모 씨. (뉴시스)

‘구미 3세 여아 사건’의 친모가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은 아이를 바꿔치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해소돼야 유죄판단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미성년자약취, 사체은닉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석모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석 씨는 2018년 경북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친딸 김모 씨가 낳은 A 양을 자신이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2월 당시 3세인 A 양이 숨지자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시신을 매장하기 위해 박스에 담아 옮기려고 한 혐의도 있다.

1·2심은 석 씨가 큰 옷을 사거나 명치에 통증을 느꼈다는 진료내역이 있는 점 등 간접사실로 볼 때 2018년 3월 출산한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외에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미성년자약취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산부인과에서 측정한 아이 몸무게가 하루 만에 250g가량 줄어든 점, 식별 띠가 벗겨져 있었던 점 등도 고려했다. 또 산부인과에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웠고 신생아를 신생아실에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 비교적 용이해 마음만 먹는다면 신생아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쟁점 공소사실을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 있으며 그에 대해 추가적인 심리가 가능하다고 보이는 이상 유전자 감정 결과만으로 쟁점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전자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A양을 석 씨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고, 석 씨가 아이를 바꿔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석 씨가 유전자 감정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목격자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바꿔치기한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석 씨의 행위를 미성년자 약취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석 씨는 피해자의 외할머니”라며 “바꿔친 행위가 피해자의 친권자인 김 씨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피해자의 자유와 안전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어떤 사정이 있다면 이는 약취행위로 평가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동기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1·2심이 판단 근거로 삼은 간접사실도 신생아 체중의 변화가 이례적인 것인지, 식별 띠가 다른 이유로 분리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더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추가로 당시 촬영된 아이 사진을 판독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고, 석 씨가 당시 하루에 10시간씩 근무했는데 갓 태어난 신생아를 누가 어디에서 돌봤는지 등을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A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B 씨는 지난해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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