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 잡은 러시아의 ‘불장난’...글로벌 에너지 시장 덮친 ‘삼중고’에 가스값 급등

입력 2022-06-16 16:15 수정 2022-06-1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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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프롬, 이틀 새 독일 가스 공급 60% 삭감
이탈리아 공급량도 15% 줄여
유럽 천연가스 가격 24% 폭등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악재가 쏟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량을 줄이며 시장 불안을 부채질했다. 미국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 셧다운 장기화는 가뜩이나 치솟던 천연가스 가격에 기름을 부었다. 공급 차질이 길어지는 반면 에너지 수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이틀 새 독일과 이탈리아로 흐르는 가스 파이프라인을 잠갔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은 16일 오전 1시 30분부터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독일에 공급하는 가스량을 기존의 1억 ㎥에서 6700만 ㎥로 33%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가스 공급량을 1억6700㎥에서 1억㎥로 40% 삭감한 지 하루 만이다. 러시아는 이틀 새 독일 가스 공급량의 60%를 삭감했다.

가스프롬은 독일 가스터빈 제조업체 지멘스에너지에 보낸 터빈의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를 가스 공급 삭감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지멘스는 해당 장비를 보수하기 위해 캐나다로 보냈는데 대러 제재로 반환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삭감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보고 있다. 독일과 유럽이 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재고 확보에 박차를 가하자 이를 방해하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날 이탈리아 가스 공급량도 줄였다.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회사 에니(Eni)는 가스프롬이 가스 공급량을 약 15% 줄인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이탈리아 가스 공급 삭감 이유는 분명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삭감 소식에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4% 폭등한 메가와트시(㎿h)당 120.33유로(약 16만원)로 마감했다. 지난 한 주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52% 뛰었다. 1년 전보다는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수출로 930억 유로(약 125조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방 제재로 수출은 줄었지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익을 더 챙긴 것이다. 유럽 가스 공급 추가 삭감을 놓고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투에서 승기를 잡은 러시아가 유럽 가스 시장 불안을 부추겨 전세를 더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라고 CNN은 풀이했다.

미 프리포트LNG 시설 폐쇄 장기화

유럽 에너지 대란은 갈수록 악화하는 형국이다.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LNG 수입을 늘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LNG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주요 LNG 수출기업인 프리포트LNG는 90일간 시설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주 설비 화재로 최소 3주 시설을 폐쇄한다고 밝힌 데서 대폭 늘린 것이다. 프리포트LNG는 전 세계 LNG 공급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유럽 수출 비중이 높아 유럽 LNG 공급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세계 석유 수요 팬데믹 이전 회복 전망

에너지 공급 측면 요인들이 모두 지뢰밭인 반면 수요는 빠르게 회복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석유 수요가 1억160만 배럴로 올해보다 2.2%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경기둔화가 수요를 압박하지만, 중국이 도시 봉쇄를 끝내고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에너지 수요도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만큼 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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